정호승은 시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안도현처럼 어른을 위한 동화작가로도 많이 알려져있다.
/연인/ 을 만난건 2년전이었다.
단숨에 책을 읽고서 곧바로 운주사를 찾아 떠났었다.
그런데 최근 그 책이 생각나 다시 구해서 읽어 보게 되었고
그중에 가슴에 남는 몇귀절을 옮겨 보고자 한다.
/연인/이란 책은 운주사의 풍경물고기인 푸른 툭눈의 험난한 세상살이를 통해
사랑이란 것에 대해 얘기해 주고자 했던 것같다.
나와 꼭 같은 푸른툭눈을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런 푸른툭눈을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검은 툭눈은 더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새점을 치는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십자매가 새장에 갇혀버릴까봐 염려하는 푸른툭눈에게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부분이다.
" 할아버지는 나를 가둬두지 않아. 내가 점을 칠때만 새장에 가둬두고,
그렇지 않을 때는 내맘대로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도록 약속이 돼 있어.
우린 조상때부터 그렇게 약속이 돼 있고, 또 그 약속이 철저히 지켜져.
지금까지 한번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적은 없어.
우린 서로 믿고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그거야.
믿음이 없으면 우리의 관계는 무너지고 말아."
그렇다 믿음이 없으면 우리의 관계는 무너지고 만다.
십자매와 함께 새점을 함께 치고 싶어하는 푸른툭눈에게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다.
" 그래, 그렇게 하려므나. 친구가 있으면 더 좋지. 세상에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없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단다 ."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있다면 그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을 우리는 많이 듣는다.
친구.. 나는 과연 얼마나 많은 친구를 갖고 있을까.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푸른 툭눈이 세상살이에 지쳐
또다시 조용한 산사의 풍경소리가 생각나 찾아간 조계사에서
자신과 닮을 꼴의 비어를 만나게 되는데
그 비어가 푸른 툭눈에게 하는 말이다.
" 내 삶의 본질을분명히 깨달을 수 있었기때문이야"
" 너의 삶의 본질이라면 그게 무엇일까?"
" 그건 너처럼 날아다니는 삶이 아니라, 나처럼 이렇게 매달려 풍경소리를 내는 삶을 말해.
나는 어디까지나 풍경이기 때문에 맑고 고요한 풍경소리를 내는게 내 삶의 본질이야.
그러니까 날아다니는 삶은 풍경소리를 낼 수 없었기 때문에본질에서 벗어난,
그리 가치있는 삶이 아니라는거지..
왜냐면 나는 새가 아니라 물고기거든. 물고기가 새가 된다는 건 참으로 허망한 일이야.
처음에는 창조적 삶을 사는 것 같았지만 그건 아니었어.
자칫 내 존재성을 잃을 뻔했어. 난 다시 풍경으로 돌아옴으로써 내 존재성을 되찾을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존재성을 통해서 내삶의 근원적 진실에 가닿을 수 있었어."
그래.. 누구나 처음엔 새로운 삶에 흥미를 갖게되지.
그러나 상처나고 찢어진 다음에야 그삶이 추구하는 삶이 아니란 걸알게되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예찬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떨어질 때를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낙엽이 왜 낮은 데로 떨어지는 지 아는 사람을 사랑하라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시월의 붉은 달이 지고
창밖에 따스한 불빛이 그리운날
이제는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썩을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
한 잎 낙엽으로 썩어
다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을 사랑하라.
내마음에도 풍경은 있나니 나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오늘 감추어둔
풀잎같은 풍경을 울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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