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군 기린면 방동리에 위치한 방태산.
주봉인 주걱봉 (1443m) 과 구룡덕봉(1338m) 깃대봉( 1435m)을 근원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더운 날씨탓에 깃대봉을 생략하기로 하였고,
다녀온 코스는 방태산 자연휴양림 - 매봉령 - 구룡덕봉- 삼거리- 주걱봉- 삼거리- 방태산 자연휴양림
으로 오는 원점 회귀코스이다.(총 산행거리 10.5Km- 평지 포함하면 13km정도)
새벽 5시를 가르는 공기가 열대야를 저절로 떠올리게 할 만큼
후텁지근해서 오늘의 산행이 쉽지 않음을 예감케 했다.
한계령을 거쳐 인제 현리로 들어가는 길이 폭우로 인해
통제중이어서
속사를 지나 운두령을 넘어 율전 창촌을 거쳐 방태산 휴양림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운두령의 절경도 보고 좋았지만
구불 구불한 산길탓인지 차안에서의 여정이 쉽지 않다.
차 한대가 겨우 드나들 정도의 길이어서 서며 가며를 반복하여
방태산 입구에 도착 (9시 30분경)
오래도록 참았던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고 곧바로 등산 시작.
깊은 골짜기 곳곳에 아직도 많은 행락객들로 붐볐고,
야영장에도 빼곡히 캠핑텐트들이 차 있었다.
어랏..야영장 참 괜찮네.
흔히 흙바닥에 텐트를 치는데, 여긴 텐트 한동칠 만큼의 마루 평상을 다 짜났다.
야영하면서 불편한 잠자리를 어느정도는 해결 해 줄 것 같았다.
시원한 그늘도 마음에 들었다.
언제 한번 야영하러 가봐야겠다.
듣던데로 아침가리만큼이나 수량이 풍부한 적가리계곡등 곳곳이 비경이다.
계곡을 건너지르는 통나무로 만든 수없이 많은 다리들.
건널때마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나즈막히 만들어 놓아서 비라도 많이 내리면 아마 건너기가 쉽지 않을 듯.
그렇지만 콘크리트로 돋아서 높게 만든 철교보다 더 정감이 간다.
갈림길..
거기서 매봉령 방향( 좌측)으로 길을 잡는다.(적가리골)
곧장 주걱봉으로 갈 수도 있지만 급경사의 난코스가 2개정도 있다고해서
매봉령으로 상향해서 주걱봉에서 바로 하산하는(대골) 코스를 가기로 결정했다.
시작부터 등에 땀이 줄줄 배어 나온다.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땀을 그다지 흘리지 않는 내 등이
땀으로 배낭이 젖을 정도라면
아마 다른 사람들은 등허리에서 물이 줄줄 흘러 내릴 것이다.
시작부터 더운 날씨 덕에 힘겹다.
숨이 막히고 다리도 뻐근해지고 바람은 한 점없고.
그래서 여름 산행의 백미인 나무터널도 아무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바람만 불어 준다면 나무터널이 만들어주는 그늘때문에 등산할 맛이 날텐데..
7부 능선을 넘어 섰을까 시작기점으로부터 3 KM라는 이정표가 보이고 나니
가끔 바람맛도 느껴졌다.
와우....시원해라는 소리를 연발해 가며 더디지만 쉼없이 오른다.
늘상 문제인 나의 걸음
한계를 넘어서야 빠른 걸음이 가능하다는데
나는 그 한계가 넘어서지질 않는다.
여전히 더딘, 그러나 지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곳곳에 야생화들이 한껏 인사를 해준다.
금강초롱 투구꽃, 꼬들베기 곰취꽃등등...
매봉령 정상(오후 12시 20분정도)이다.
한템포 쉬어가는 무리들이 많았지만 나는 곧바로 진격이다.
조금 더 올라오니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를 따라 오르니 헬기장이 보인다.
임도를 따라 늘어선 야생화 군락.
동자꽃, 이질풀, 당귀, 바위취등이 너무나 많다.
예쁘다고 예쁘다고 지나가는 무리들이 다들 한번씩 들여다본다.
이질풀이 그렇게 군락을 지어 있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아쉽게도 베터리가 다된 카메라 덕분에 사진도 하나 못찍었다.
헬기장에서 뜨거운 태양아래 점심 식사를 하고 나자
갑자기 하늘이 어둑어둑해진다.
혹시 소나기라도 내릴까 싶어 서둘러 다음 코스를 향하여 전진(2시조금 지났나..).
평지 능선을 따라 1.1km를 걸었다. 능선길이 주는 기분 좋음을 만끽하면서..
금방 앞서가며 파헤친 듯한 멧돼지들의 흔적들.
삼거리다.
삼거리에 가방을 던져두고 주걱봉을 오른다.
삼거리에서 주걱봉까지는 0.4km
왕복 30분. 갈까말까....망설이다 그래도 주봉인데 싶어 마음 고쳐 먹고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정상석 조차 변변하게 없다.
우리나라의 100대 명산중의 하나인데 정상표지석 하나 없이
누군가가 남겨놓은 판재에 주걱봉이라 새긴 나무푯말하나 덩그러이 매달려있다.
참으로 씁쓸한 생각이 든다. 글쎄...
예전에 나 20대에 산에 다닐땐 그런모습조차 감사히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편리속에 묻혀 살다 보니 그것이 아쉬웠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고 있고
그래서 앞다퉈 등산로를 개발하고 정비를 하면서 정상석이 하나 없다니 하는 마음이었나보다.
물론 등산로 개발로 인해 이정표라던가 난간대 같은 것이 잘 정비되어 있어
산행하기 편리해진 건 분명하다.
그러나 예전만큼 산에 갈 마음이 안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철판 계단을 밟고 올라서는 것 보다 힘들더라도
네발로 기어서라도 흙길을 밟고 올라가는게 더 좋은 추억으로 남아져 있으니 말이다.
예정시간보다 훨 더 늦은 하산길.
가파른 경사에 절로 아으 아으 하는 소리를 내면서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추스리며 내려온다.
곳곳이 넘쳐 흐르는 계곡수들
개중에는 발 담그고 쉬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무릎 마사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당바위(나는 구들장 폭포라고 했는데)를 지나 나무다리를
7개 지나니 출발했던 분기점이 나온다.
4시 30분 쯤 주차장에 도착. 간단하게 주린 배를 채우고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 집에 도착하니 밤 9시 30분!!
너무 오랫만에 한 산행이라 몸 여기저기서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고행을 위해 찾았던 산행이
또다시 고행때문에 산을 찾게 만들고 있다.
멀어져가는 행복이 어디선가 웃으며 기다려 줄거라고 믿는다는
내 블로그 프로필처럼
언젠가는 웃으며 행복하다고 말할 날이 내게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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