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추운날씨에 도대체 왜 산을 가냐고 많이들 묻는다.
내가 겨울산을 찾는 이유는.........
나는 싸한 겨울 바람 내음이 좋고,
끈적이는 땀내음을 맡지 않아 좋고,
굽이 굽이 이어져 있는 능선을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한눈에 다 볼 수 있어 좋다.
혹자는 썰렁한 산이 무에 좋겠냐고 하지만
난 엽서에나 나올 법한
산정의 새까맣게 죽은 듯한, 그러나 결코 죽은 것이 아닌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해가 떠오를 때
빗어내는 그 빛깔과 오묘한 느낌을 너무도 사랑한다.
수없이 많이 백설의 태백산을 찾았지만
이번 태백산행은 말그대로 fantastic이었다.
새벽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조금 더 자고픈 마음에 뒤척여보이지만
약속시간이 다가옴에 몸을 뒤틀며 자리를 털고 만다.
당골입구에서 해장국을 한그릇씩 후딱 비우고
우린 유일사를 들머리로 잡아 산행을 시작했다.
아이젠을 챙겨신고 따박따박 걷는 발걸음이 정말 좋다.
처음으로 흔히 말하는 봉우리가 아닌 산을 등반한 우리 언니!!
첨부터 끝까지 팔을 휘날리며
정말 멋있다.. 정말 좋다..를 연발한다.
그 덕에 나까지도 데려가길 정말 잘했다고,
다음에도 또 함께 가야겠다고 마음 들게 했다.
유일사쪽 길을 임도로 잡지않고 산에 난 작은 오솔길을 선택했다.
너무 이쁜 눈꽃송이들이 나를 계속진행치 못하게 한다.
이쁜 오솔길...
너무 이쁜길이다.
앗뿔싸!! 카메라에 문제가 생겼다.
사진을 찍기위해 밤새 완충을 시켰는데
베터리가 아웃이 되었는지 찍히지 않는다.
아직 정상에 가지도 못했는데..
첨으로 천제단에 오른 우리언니 사진도 찍어줘야 하는데..
주변 경관이 너무 아쉬워 핸드폰을 꺼내 찍어보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결국 어떤 분에게서 베터리를 얻어서 갠신히 갠신히 한장 두장 찍었다.
그분께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다.
유일사 쉼터까지 올랐는데
갑자기 탄성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일출이 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얀눈이 빛에 반사되기 시작하면서 화산이 폭발하는 듯이
온천지가 환해지기 시작한다.
나뭇가지에 앉은 눈송이들이 햇빛을 받아
꼭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나뭇가지에 매어달린 꼬마전구들 모냥 그렇게 빛이 난다.
우린 좋아서 얼쩔줄을 모른다.
어린애가 된 냥 마냥 즐겁게 탄성을 질러된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어떤 말로 표현하면 산행동안의 내 마음을
내 느낌을 잘 드러낼 수 있을까..
어스름 새벽녁부터
화산이 솟구치는 듯한 여명
온 대지를 뒤덮어 휘도는 태양의 따스함.....
어떤 표현이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라고 하던가..
수많은 사슴뿔을 만났노라고 우리 언니는 그런다.
나는 하얀 눈꽃사이로 청명하게 드러나는 하늘이 너무나도 이뻤다.
이것이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어찌 탄성이 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주목 군락지를 조금 못가니 온천지가 환해진다.
아름다운 주목의 자태들이 또 우리 발걸음을 잡는다.
열심히 오른 자 휴식하라!! ㅋㅋ
커피한잔으로 얼은 손을 녹이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천제단을 오른다.
망경사쪽으로 하산할 것인가 문수봉으로 갈것인가..
언니의 컨디션이 좋아보여 문수봉까지 찍기로 결정.
가는 길에 초행인 듯 보이는 부부가 길을 물으며 따라가도 되냐고 한다.
외길이니 그냥 같이 가자하여 동행한다.
문수봉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 훌륭한 식탁을 하나 발견하여
주린 배를 채우려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탓에 부탄가스가 얼어 쉽게 끓여지지 않았지만
이래저래 두둑한 배를 갖고 다시 문수봉으로 향했다.
문수봉에서 돌아온 길을 내려다보니
천제단과 망경대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뿌듯한 마음을 안고 문수봉에서 당골로 향한다.
우리가 일찍 올랐던 때문인지
그때서 당골에서 문수봉쪽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제법많다.
가벼운 하산을 하며
정말 좋았노라고
이런 기회는 어쩜 두번 다시 안올지 모른다고
오늘은 행운이 깃든 날이라고 이야기를 두번세번한다.
얼마 안되는 산행기간이지만
그중 가장 환상적인 태백산을 보았다.
이렇게 예쁜 풍광들을 보고 다니니 사람들의 마음이 순화되는 것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태백산행을 마쳤다.
유일사입구- 유일사 쉼터- 장군봉- 천제단- 문수봉- 당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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