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산~산!

고군 사투 끝에 살아온 대둔산 여행기

소풍가는 달팽이 2006. 11. 5. 22:19

고군 사투!!

그랬다 ..

말그대로 난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외로움과 싸웠고, 두려움과 싸웠고,

거친 비바람과 싸워야 했다.

 

새벽 1시 약속장소에서 버스에 탑승하고

자는 둥 마는 둥 새벽 6시에 목표지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대둔산보다 먼저 가려했던 바랑산은 아무도 다녀 간 적이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일까 이리저리 들머리를 못찾아서 한시간 정도를 지체한다.

 

오분 삼거리 -채광리

원래 예상했던 코스는 수락재에서 시작해서 월성봉- 바랑산- 채광리였으나

어찌 된 바인지 채광리쪽으로 들머리를 잡았다.

마을민에게 길을 물어 들머리를 간신히 잡고 길을 나섰다.

뒤쳐지지 않기위해서 선두에 우선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생리적인 현상이 급박해진 나는 점점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기회를 찾고 있었다.

드디어 기회를 잡은 나는 진로를 벗어나

은밀한 볼일을 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어찌된 노릇인지 진행하던 길이

갑자기 내눈에 전혀 보이질 않는 것이다.

낙엽으로 쌓여진 길이 순간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순간 하늘이 시커머재고 거센 폭풍우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일기예보가 그랬다.

폭풍우가 올거라고,

그러나 늘 그렇듯이 내가 가는 곳은 비가 피해갈거라고 생각했는데...

 

혼자 남겨진 나에게 그건 정말 무서웠다.

전화를 걸어본다. 폰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천둥소리때문인지 전화벨소릴 못듣는 모양이다. 아무도 전활 받지 않는다.

너무 너무 무섭다.

 

그러나 그대로 있다간 고립될 것 같다.

아마 올라간 사람들은 하산할 것이니까

무조건 능선을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위로 위로 전진한다.

 

비가와서 낙엽진 산길은 미끄럽기 그지없다.

팔에 힘이 빠진다.

얼마나 나뭇가지를 잡으며 안간힘을 쓰며 올라갔는지..

드디어 봉우리 같은 것이 보인다.

저걸 넘으면 능선일꺼야 라고 생각하며 그 봉에 도착했다.

그러나 바위봉이다.

아무리 오르려고 해도 미끄러워서 오를 수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회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옆으로 옆으로 게걸음을 쳐보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끄러지기도 수십번,

여기저기 부딫히고 찢겨지고,

아프지만 아파할 새가 없다.

 

한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싶지만

거리가 넘 멀어

그사람이 올때까지 기다리다간 그대로 얼어죽을 것 같다.

팔에도 다리에도 힘이 없다.

그래도 살아야겠길래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여전히 불통이다.

 

그래 언젠가는 전화기를 꺼내보겠지~

문자를 넣자~

그때서야 그 생각이 나는 것이다.

"길을 잃었습니다. 도와주세요~"

 

얼마나 두려웠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산엘 다녔지만 이런 경험이 처음이니 두려울 수 밖에..

 

사투끝에 드디어 능선을 잡았다.

힘을 모두 쏟아부었지만 멈출 수 없다.

 

얼마를 걷다보니 드디어 문자를 보낸 분에게서 전화가 온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살았구나 하는생각이....

정말 혼자왔다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어떻게 하지?

 

한 10분쯤 지나 일행과 상봉한다.

 

우박이며 쏟아지는 비,불어오는 바람, 가득찬 안개 , 천둥과 번개

다들 두려움에 몸을 피해보며, 스틱도 버려가며.....

더이상 산행불가 판단.

관리소에서 행락객들은  얼른 대피하란 방송이 능선까지들려온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한다.

하산하고 나니 언제 폭풍우가 휘몰아쳤냐식으로 햇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억울한 마음에 대둔산 공원쪽으로 가서 다시 오르자는 게 중지다.

나야 더이상 산행을 하고픈 마음이 그순간엔 없었는데,

다시 오르지 않으면 두려움에 아주 오랫동안 산행이 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래서 또다시 대둔산행을 하게 되었다.

인산인해를 이룬 대둔산!!

곳곳이 절경이지만

사람에 체여서 진행하기가 쉽지않다.

대둔산의 명물인 구름다리와 마천대를 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시간상 마천대를 보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

 

정말 힘든 산행이었다.

 

너무나 한사람이 보고싶은 하루였다.

이런 마음을 알기나 할까~

 

나의 안일한 생각이 생사를 넘나드는 하루를 만들었다.

후회와 반성의 시간이 남는 대둔산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