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산~산!

2006년 첫눈산행-두타를 다녀와서.

소풍가는 달팽이 2006. 12. 2. 23:57

두타산 = 頭陀山 

 

두타 =불교용어로서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弗道)수행을 닦는다는 뜻

 

한 3년전인가 한여름에 무릉계 - 두타산성 - 두타정상 -청옥- 고적대까지 찍고

연칠성령으로 하산 한 적이 있는 산으로

이름때문에 같이 동행한 사람들하고 우스개소리를 했던 기억이 있고,

또 지리한 연칠성령의 계곡 하산길때문에 다들 몸서리 쳤던 곳이기도 하다.

 

이번엔 들머리를 댓재로 잡았다.

 

댓재차도부터 눈보라가 내리쳐서 빙판을 이루고 있었다.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서행을 하면서 댓재에 도착.

그런데 눈산행이 될 줄을 알았으면서 아이젠을 챙겨오지 않았다.

어제의 피로가 아마도 기억속에서 아이젠을 지웠었나보다.

동행하기로 한 사람들이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차안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기다릴까하다 걸음이 느리니 먼저 가기로 결정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지도를 보지도 않고 출발,

무조건 먼저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보면서

올겨울 들어 첫번째 눈산행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전진한다.

 

한 30여분 올라가니 햇댓등이란다.

아마 해가 뜨는 것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쯤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쉼없이 또 올라간다.

바람이 매섭다. 곳곳에 빙판도 만들어져 있고,

후발이 도착했는지 전화를 해보지만 전화통화가 되지 않는다.

한번 두번 미끌어지니 동행하는 사람이 아이젠을 줄까, 스틱을 줄까며 걱정을 한다.

 

햇댓등에서 한시간 가량 올라가니 통골이다.

눈의 깊이가 점점 더 깊어가지만

산허리를 감싸며 도는 능선길에 난 마냥 어린아이가 된 것 같다.

뛰어가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새 우울한 노래에 빠져서는 한껏 센치해지기도 한다.

 

그때까지도 만날 것 같은 일행은 만나지질 않는다.

통바람이 내려쏘는 골이 있는가 하면,

바람한점 없는 따뜻한 골도 있다.

뒤따라 오길 기다리며 따끈한 커피한잔으로 손을 녹여본다.

그래도 그들은 오질 않는다.

정상에서 만나면 되지뭐~ 하면서 앞으로 또 전진해본다.

 

진달래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구름한점 없이 너무나 푸르다.

작은 하늘이지만 참 이쁘다.

한참을 서서 바라본다.

운좋게 시계가 좋아서 오른쪽으론 동해에서 삼척까지 모두 눈에 들어온다.

눈바람이 불어오는데에도 불구하고 시계가 열려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정상에 다가가면서 눈의 깊이는 무릎을 넘어선다.

앞서 간 발자욱들도 쑥쑥 한없이 들어간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 배도 고프고 ...

눈속으로 깊이 빠지니 한발자욱 옮길때마다 힘겹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익숙한 무리들이 하산한다.

어랏!! 뒤에 따라올 줄 알았던 일행들이 정상을 찍고 하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추워서 정상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그들은 그들데로 먼저간 우리가 그네들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길로 하산했나보다며 오해를 하면서 하산중이라고 한다.

 

일단은 바람이 덜한 곳에 가서 기다리라고 하고

서둘러 정상을 밟으러 간다.

애써보지만 깊은 눈길에 쉽지 않다.

정상에 도착해 겨우 사진한장에 커피 한잔을 마시고

추위에 떨고 있을 일행들을 만나기위해 걸음을 재촉한다.

 

내려갔더니 라면을 끓이고 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감사할 뿐이다.

 

그들이 우리보다 앞서간 이유는

그들은 햇댓등을 거치지않고 임도로 그냥 올라왔단다.

그래서 먼저 정상을 밟게 되었다고....

 

기대이상의 눈산행에 부풀어 하산길이 힘겨운줄도 모른다.

바람도 몹시 부는 영하의 날씨였지만

좋은 사람들과 예상보다 많은 적설량에

너무나 뿌듯하고 경쾌한,

느낌 좋은 두타산행을 마쳤다.

 

 3년전 두타산에 대한 지리한 느낌을 깨고

또다시 두타를 찾게되리란 기대도 갖게 되었다.

또한 둥글레와 은방울 얼레지가 무성하게 피어날 봄을 새삼 기다리게 된다.

 

 

댓재정상- 햇댓등 (0.9km)- 통골( 2.6km)→두타산 (2.2km) -댓재 = 총 11.4km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