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SSAY/일상의 단상

아무 것도 아닌 존재임을 절감한다.

소풍가는 달팽이 2007. 10. 19. 09:50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한없이 서글퍼진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햇살에 발길을 멈춘 나는 실눈을 뜨고 가지 끝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에 눈이 익숙해진다.
장지문 같이 반투명으로 비치는
초록색 잎사귀의 선명하게 드러나는 잎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순간, 나 자신이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절감한다.
그래, 저 잎사귀처럼 나한테도 뼈가 있지.
강한 빛을 비추면 누구라도 저런 식으로 뼈와 내장과 피부가 보일 것이다.
이 세상 아름다운 것은 모두 물리나 화학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 뼈가 어두운 캐비닛에 던져지고
차가운 울림과 함께 서랍이 닫히는 것 같아 허무해진다.


굽이치는 강가에서 / 온다리쿠
 
 
2007년 10월 19일 금요일 허무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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