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SSAY/일상의 단상

어머니의 등가죽

소풍가는 달팽이 2006. 11. 15. 02:23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의 피부는 수분을 자꾸만 요청한다.

 

모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향한 목욕탕!!

 

남자들은 아들데리고 목욕탕 가는 재미에 아들을 원한다고 하는데

여자들은 글쎄~~~~~~~~~

 

부자간의 목욕횟수보다는 모녀간의 목욕횟수가 단연 많을 것이니

여자들은 그런 불편은 없는것 아닌가 싶다.

 

어느 날인가  어머니는 그랬다.

딸하고 목욕탕 가는거 보다는 이제는 며느리랑 가는 것이 편해졌다고~

 

그런   모양이다.

철들면서 시집가서 남의 집 사람이 되고 보니 딸은

어머니 모시고 목욕탕 갈 기회가 며느리보다 적었나보다.

 

어느새 팔순을 앞두고 계신 어머니

늘어진 살가죽이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한다.

 

힘없이 출렁이는 살들.

혼자   몸씻기가 이제는 버거워서

혼자서는 찾기가 어렵단다.

 

어느새 세월은 울 엄마   늦둥이를 낳던

마흔 근처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낳지 말까도 수십번 고민했었는데

울아버지 하늘에 죄짓는 것이라며 말리셔서

아버지 덕에 세상에 나왔다는데...

 

아버지 먼저 저세상에 보내시고

다시 태어나면 죽어도 아버지랑 또 다른 한평생은 살고 쉽지 않다던 어머니~

 

오늘은 이런 저런 얘기끝에

아버지가 몹시도 그리운 모양이다.

 

힘없이 출렁이는 살 가죽은 엄마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겠지~

앙상히 남은 등뼈며.

건드리며 부러질 것 같은  발목이며..

단지 남아 있는 살이라곤

여섯남매 담고  계시던 배가죽뿐~!!

 

생전에 섬기기 다하라 하였거늘

난 늘 막내티 내기 바쁘고..

 

늘 다른 형제들에 비해 조금 부족하게 사는 막둥이가

여전히 맘이 놓이지 않아

하루에도 서너번씩 안부전화를 하시는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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