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SSAY/일상의 단상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류시화

소풍가는 달팽이 2008. 12. 1. 15:54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 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서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 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 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