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한걸음 또 한걸음

정선의 오지 덕산기 1편-할머니가 첫눈이의 똥을... (07.12.22-23)

소풍가는 달팽이 2007. 12. 23. 20:40

* 덕산기 가는 길 *

 

한국의 산천님이 추천해주신 정선의 오지 덕산기를 찾아 가는길.

제천 나들목을 나가 새로 개통된 38번 도로를 타고 예미를 지나 문곡까지 갔다.

 

문곡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59번 국도를 타고 정선 방향으로 한참을 들어가니 거칠현동(居七賢洞)이다.

 

 

 

 칠현이 살던 곳이라는 뜻인데 정선아리랑의 발원지가 되는 곳이다.

 아리아리아라리요..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이것이 한자였을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못했다.

 <도원별곡 >

나의 무지함과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진다.

거칠현동 아리랑 발상지에서 잠시 머물다 가던 길을 계속간다.

 

고갯길을 내려가니 덕우삼거리, 평창방향과 정선방향으로의 갈림길이다.

그곳에서 정선 방향으로 직진성 좌회전하여 (지도상에는 직진으로 표시되어 있음)

59번 국도를 계속 진행했다. 아슬아슬한 고갯길을 하나 내려가니

우측에 아주 작은 휴게소, 월통휴게소이다.

휴게소끝나는 지점에서 우측으로 가파른 고개를 꺽어 내려가면 좌측에는 담배건조장이 보이고

그 앞이 월통교이다.

 

월통교에서 여탄방면으로 우회전하여 좁다란 농로로 보이는 길을 따라간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415번 국도이다.

어천제 현장사무실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면 농산물 간이 집하장과 마을회관이 보인다.

다리건너 바로 우측으로 꺽어 계속 진진하면 길이 넓어지면서 드디어 덕산1교가 나타난다.

덕산 1교를 건너면 물맑은 민박집이 보이고 그길을 따라 덕산2교와 덕산3교까지 간다.

덕산3교를 건너면 좌측에 민가가 한채 있고 길은 계속 나 있지만

수해로 길이 끊겨져 있어 계곡 자갈길을 가야 하므로 일반 승용차는 어려움이 따른다.

계곡길이긴 하지만 덕산3교에서 북동리까지는 길이 이어져있다.

 

* 덕산기에서 첫날  *  

 

"엄마~ 할머니가 첫눈이 똥을 밟았어~ "

초등학교 2학년이나 되었을까 하는 사내아이는 자기가 시인이 된 줄도 모르고,

그를 둘러싼 어른들은 마냥 어른의 잣대로 아이를 시인을 만들어 바라보며

어디가서든 잘 살아가겠다고 섣부른 판단까지 서슴치 않는다.  

사실인 즉 첫눈이는 그집에서 얼마전 부터 키우고 있는 치아와의 이름이다.

그런데 그 강아지를 데려오던 날 첫눈이 내려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단다.

강아지 이름덕분에 저절로 시인이 된 꼬마녀석..

아줌마를 위해서 피자 한조각은 꼭 남겨오겠노라고 했는데.....

 

드럼통에 훨훨 타는 장작불위에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각굴을 올려놓으니

뜨겁다고 아우성이 요란하다. 그것을 안주삼아  두런두런  오고가는 술잔에 인정이 피어난다.

 

 <각굴구이>

아토피로 10년 가까이 먹고픈 음식도 맘껏 못먹었다는 주인집 꼬마는 어른 두사람의 몫은 먹는 것 같다.

"잘 먹어야  잘 큰다.....먹을 수 있을때까지 먹어봐~라"고 하자 더욱 더 신이 난다.

각굴에 대한 답례라고 하면 좀 그럴래나? 주인집 할머니는 손주의 먹성에 미안스러운듯

손수 만든 검은콩두부를 들기름을 둘러 지져내 오시고, 급기야 아껴두었던 홍시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신다.

[물맑은 민박 ]

덕산1교 앞에 위치한 민박집 이름이다.

 

황토로 손수 가족들끼리 지었다는 두어평 남짓한 독채방을 부랴부랴 나에게 내어주시고,

가족탑에 대한 사랑도, 텃밭에 대한 사연도 훌훌 털어 놓는다.

자연보호구역에서 해제되던 해에 갑자기 그 곳 이장님으로부터 지금의 땅을 매입하게 되었고

처음엔 노인들 요양원으로 지었지만 그 필요보다는 민박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필요가 커졌고

급기야 지금의 민박집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사연까지..

또 주변의 자연석을 주워다 가족들이 짬짬이 지었다는 돌탑엔 타임캡슐도 묻었노라고..

 

문득 내가 아침가리에 묻어 두고 온 타임캡슐이 생각나고

만약 내가 나의 집을 손수 짓는 일이 있다면 타임캡슐을 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런데 그 속엔 무엇을 넣지? 아마 소망단지를 넣지 않을까...

시간을 두고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밤이 깊어가니 하늘에 별들이 초롱초롱하지만

달무리가 엄청 크게 보인다. 내일은 필시 눈이라도 내리려나 보다.

그렇게 큰 달무리는 본 적이 없다.

굼불이 떼어져 있는 방바닥은 등짝이 데일정도로 뜨거웠고

윗공기는 콧날이 시릴정도로 시원했다.

이것이 우리 전통가옥의 특징이 아니던가..

요즘은 단열제니 난방제니 좋은 것들이 많이 나와있어 윗풍을 없애려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굳이 건강을 생각해 짓는 우리네 가옥에 어울리지 않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겨울밤은  왜 그리 긴지.. 다시 밖으로 나가 장작불을 피우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다시 화려한 불쇼가 시작된다.

 

그 사이 민박집엔 꼬마손님을 비롯한 다섯가족이 내일 정선 나들이를 위하여 도착하였다.

시끌벅적한 소란스러움이 나쁘지 않다.

정선 나들이는 고향이 이곳이라는 어느 주부의 소망이었나보다.

주인 할머니가 주신 맛있는 홍시로 디저트를 대신하면서

오고가는 이야기속에서  덕산기에서의 행복함이 익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또 덕산기에서의 첫날밤은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