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내내 딩굴딩굴 하다 급히 서둘러 길을 나선다.
날씨가 그저 포근하기만 하다.
여기 저기 들러 보고 싶지만 목적지에서의 트레킹에 마음이 조급해져
그냥 지나치고 만다.
늘 게으름이 가져다 주는 불만족이다.
신림톨게이트를 지나가니 명성수련원이라는 큰 건물이 있다.
그 맞은편으로 치악산 금대봉코스 진입로가 보인다.
조금더 가니 감악산 산행로도 보이고...
쌀찐빵으로 유명한 황둔마을을 지나가는 길에 색색으로 예쁜 오색 건강 찐방을 한박스샀다.
마침 아주머니들이 모여 찐빵을 빚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니 어색해 하신다.
뭐하는 사람이길래 사진을 찍냐며........
그냥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이뻐서 찍는다고 대답을 했더니 자세를 잡아주시네..
주천을 지나 드디어 영월이다.
새로 38번 도로가 뚫려서인지 길은 예전보다 한산하다.
소나기재를 올라가니 선돌이다. 겨울에 눈내린 선돌을 꼭 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못보았다.
다음을 위한 숙제로 남겨두고 서둘러 어라연을 향한다.
동강대교가 공사중이어서 시내로 우회를 하여야 했다.
영월역앞에 다슬기 해장국집을 보면서 그저 미소만 머금을 뿐이다.
영월은 내게 행복감과 아픔을 동시에 주었던 곳이다.
연화리를 들어가기 전 삼거리에서 문산방면으로 좌회전하여 들어간다.
도로는 수로 공사로 곳곳이 파헤쳐있어 조심조심 천천히 ....
좌측에 동강을 끼고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둥글바위 앞 가든에서 먹었던 맛있는 닭백숙을 생각하니 침이 꼴깍!!
돌아올 때 들러서 둥글바위 사진을 찍어야지..
별마로 천문대와 국립현대미술관 가는 삼옥교를 지나 2~3KM를 달리니 드디어 거운교가 보인다.
주황색의 아치가 이쁜 거운교앞에서 거운리마을전경도를 한장찍고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차가 관리사무소앞에 정차하기 무섭게 젊은 남자 한분이 나온다.
"어떻게 오셨나요? 지금은 통제기간인데요~ "
" 어라연 좀 가고 싶어서 왔는데.. 통제의 목적이 산불방지 때문일텐데 화구를 모두 놓고가면 되지 않을까요? 전 좀 멀리서 왔는데...... 잣봉에서 어라연을 꼭 보고 싶은데..... "
시간이 좀 애매하다는 표현을 하더니 종내는 여자 혼자 가겠다니 걱정이 된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 트레킹코스가 3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명시되어 있었고
내가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으니.....그것도 여자 혼자서......
다른 생각을 했나보다.
걱정하지 말라고.....잘 다녀오겠노라고.......... 황둔에서 샀던 찐빵을 뇌물로 조금 바치고
드디어 허락을 받아냈다.
그남자는 내 연락처와 주민등록번호 실명까지 받아내고
트레킹을 마치고 나오면 연락하겠다는 내의지를 확인하고서 그렇게 트레킹을 허락했다..
차량진입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분명 길은 차량통행이 가능할 만큼의 너비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오르막을 쌕쌕거리며 오르자니 우측으로 잣봉이정표가 나온다.
20여미터 오르면 커다란 어라연트레킹 안내도를 볼 수 있다. 조금더 가면 만지를 통해 강변 트레킹을 즐기며 어라연을 다녀올 수 있는 어라연코스와 잣봉으로 오르는 잣봉코스 갈림길이 나온다.
나는 잣봉을 올라 어라연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에 당연히 잣봉코스를 택한다
(관리사는 분명 내게 어라연만 다녀오세요 했지만. ㅋㅋㅋ)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차도보다는 오롯한 숲길이 더 좋다.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임도(실은 차도라는 표현이 더 맞다) 를 따라 오르니 마차마을이다.
좌측에 길과 접해 엄청난 규모의 우사를 갖춘 벽돌집이 하나 나온다.
이방인을 느낀 그집 개는 죽기살기로 짖어댄다. 어휴.. 도둑이 된 듯한 이 기분..
길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했는지 , 발에 달라붙은 진흙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진흙이 장난아닌다.
진흙 내리막길을 다 내려오면 마차가는 길과 잣봉 갈림길이다.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시냇물을 하나 건너니 이제부터 제대로 된 숲길이다.
다시 삼거리에 도착! 살짝 좌측으로 돌아 올라가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통나무를 덧대어 만들어 놓은 나무다리를 건너 계단을 오르고 나니
급경사 오르막이 나타난다. 300여미터 밖에 안되는 그길을 얼마나 숨막히게 올랐는지 목이 다 말랐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은 동강의 전경을 조금도 볼 수 없었다.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면 안부가 나타나는데 여기서부터는 우측의 동강과 함께 걸음 할 수 있다.
안부에서 내려다 보는 동강의 물빛이 참 예쁘다.
통제기간답게 한사람도 없다. 그 큰산에 혼자다.
두려움 보다는 오히려 내가 그 산을 모두 가진 듯한 포만감같은게 밀려온다.
좋다..........좋아~!!!!!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소리를 질러도 방해받지 않는다.
사랑해~~~~!!!!!!!!!!! 하고 말을 거니 저쪽에서도 사랑해~!!!!!!!!!라고 대답해 온다.
그래.......그렇게 사랑은 주고 받는거야~
산마루를 따라가니 나무테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어라연의 모습을 잘 볼 수가 없다.더 올라가자.
조금씩 조금씩 그 비경을 나타내주지만 내눈에 보이는 것만큼 카메라가 담아내 주지 못한다.
드디어 잣봉!! (3시 40분)
잣봉까지의 거리는 2.5km남짓되지만 시간은 40분정도 소요된것같다.
( 흐흐흐....드디어 나만의 쇼를 해보는거야~ 아무도 없잖아~
삼각대를 설치하고 여러가지 포즈를 맘껏 취해보지만 쑥스럽다.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다.......얼마나 그동안 표현하지 못하고 살았으면 혼자 있는 이 시간도 이렇게 열쩍고 쑥스럽단 말인가.....)
잣봉에선 어라연의 모습보다는 주변 산들의 경관이 더 눈에 잘 들어온다.
잣봉에서 한고개 내려서니 어라연 전망이 이쁘게 보인다.
잣봉에서 어라연으로 내려서는 그 길은 급경사 내리막이다.(거리는 1KM)
낙엽쌓인 그길에 슬라이딩한 기억이 되살아난 것도 있지만 무릎의 이상증상이 느껴져 거의 거북걸음으로 하산을 한다.
언제부터인가 자꾸 느껴지는 무릎의 이상증상.. 시큰함이라는표현보다는 삐걱거림~!!
경사가 급한데다 길도 변변치 않아 잘못하다간 거꾸로 쳐박힐 것 같아 바짝 긴장했다.
어라연 전망대 . 우와~ 이뻐!!!!! 넘 이뻐~~
시간은 4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산속이라 그런지 어둠이 빨리 오는 것 같다.
전망대에서 커피한잔 했음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걱정하던 관리사 생각에 그냥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로프가 설치된 내리막길을 얼마나 빨리 내려왔는지 손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다.
히히...사실은 로프를 잡고 미끄럼을 타고 내려왔다.
드디어 동강어라연 이다.
동강을 끼고 계곡길을 걷는다.
길도 없다......그냥 바위위를 겅충겅충 뛰듯 걷는다.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바위위에도 보인다.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보며 둘러보며... 시간 가는 것이 너무나 야속하게 느껴진다.
목이 말라 산에서 내려오는 옹달샘에서 물맛도 못느낄 만큼 급하게 목을 축인다.
그곳에 집한채가 있다. 잣봉하산할때 보이던 집인데 어떻게 생활을 할지 궁금했다.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들러보고 싶지만, 드나드는 길목만 잠깐 쳐다보다 그냥 지나쳐왔다.
강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그렇게 차지도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게, 그저 시원하게......
동강을 끼고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해본다. 쓸 데 없는 많은 생각을....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여럿이 와도 좋을 곳이지만 혼자 가는 이길도 나쁘지 않다.
얼마나 걸었을까 집이 한채 나온다. 어라연 상회다.
여름이면 민박과 주점을 함께 하나 보다. 나무계단으로 진입로를 만들어 놓았다.
이 길은 산에 오를 때와 같은 너비의 길이지만 산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꾸만 자꾸만 걷고 싶은 마음이 들게한다. 옆에 강이 있어서일까..
어라연 상회를 지나 올려다본 하늘엔 석양이 지고 있었다.
문득 누군가 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체 할 수 없는 그리움....
행복한 강바람은 나에게 그리움 한 줌 던져주고 멀리 도망치고 있었다.
만지 고개를 돌아 다시 매표소까지 내려오는 그 길은 그리움에 가슴이 시렸다.
보고 싶다............
봄이되고 여름이 오면 동강의 식물들을 보러 꼭 가야겠다.
그리고 삼옥관리소 맞은편에 위치한 생태 박물관을 꼭 들러보아야겠다.
절대로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일찍 다녀와야겠다.
매표소에 도착해서 안전하게 하산하였다는 문자보고를 관리사에게 함으로써 나의 잣봉 오름은 끝이 났다. 힘들게 입산을 허가해준 젊은 관리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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