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7.12.16
산행코스 : 추풍령 -사기점고개 - 임도 - 능치쉼터 - 작점고개 - 용문산 - 국수봉 - 큰재(분수령)
산행거리 : 18.5KM
산행시간 : 7시간 50분 ( 휴식, 식사시간포함)
지난번의 종료지점인 추풍령에 도착한 시각은 04시 25분경.
어둠은 길게 드리우고 버스는 한떼의 사람들을 길가에 토해낸다.
< 어둠속에 보이는 추풍령 시비 >
산행 준비를 갖추고 어둠이 짙어 채 보이지도 않는 추풍령 노래비를 다시 한번 살피고
05시에 카리브 모텔을 지나 산행들머리로 향한다.
나무 계단으로 시작되는 들머리로 한명한명 오르기 시작한다.
채석장의 급사면을 조심하라는 충고를 머리에 넣었지만 뭐가 보여야 조심을 하던지 말던지 하지..
난 늘 그렇듯이 그렇게 일찌감치 시작되는 산행에 대한 불만을 가만히 읊조린다.
한 두어시간을 잠시도 쉬지 않고 올랐나보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아 지난번 같은 추위는 느낄 수 없었다.
날씨가 도와주는구나..
하늘엔 여전히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 사기점 고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표지판 , 아마 어느 산꾼이 배려한 것일테지>
6시 55분 사기점 고개에 이르러서야 한숨을 돌린다.
서서히 세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겨울이 깊은 탓인지
아직도 랜턴없이 전진하는 것은 무리다.
15분 가량을 더 가니 임도와 막닥뜨린다.
임도에서 우측으로 가면 난함산 정상이지만 그곳은 대간길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점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대부분 좌측 작점고개를 향한다.
아스팔트 포장길에 하얗게 눈이 내렸다
해도 뜨기 전 하얀 눈길을 무리지어 걷는 느낌은 좀 그렇다.
홀로 걸었다면 어떨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만 거리가 생긴다. 어쩌다 보니 자꾸만 뒤에 가게 된다.
뛰어라도 가야하는데....... 거리를 줄여야 하는데.........
뒤도 안돌아 보고 가는 사람의 뒷꼭지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좌측에 특이한 모양의 묘 한점이 보인다.
납골당이라네...
납골당을 지나니 우측에 반듯한 건물이 한동 보이는데 능치쉼터에서 올려다보니 김천노인병원이었다.
아스팔트길로는 요양병원 못가서 좌측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아마 대간 산행리본을 잘 보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않고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100여 미터도 진행하지 않고 다시 우측으로 산길을 들어가야한다.
역시나 산행리본을 보고 들어가라..
(그러나 임도로 그냥 내려가도 결국은 능치쉼터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금 진행하면 번듯한 정자각이 자리하고 있고 쉼터가 꾸며져 있는 능치쉼터에 다다르게 된다.
7시 45분 능치쉼터.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한숨 돌리며 배낭에서 주섬주섬 먹거리들을 꺼내어 주린 배를 채우느라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오늘 대간길은 평탄하다.. 그래서 선두와 후미차이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늦게 산행을 시작할껄 하는 아쉬움이 크다.
어둠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런 조건속에서 걷는 것은 내게 별 의미가 없다.
그건 단지 숙제에 불과할 뿐이다. 해야할 숙제 말이다.
쉼터에서 고개를 오르니 작점고개이다.
해발고도 340m 출발시각은 정각 8시.
<이번 구간에는 이런 식의 표지판이 대부분이다 >
이번 대간길에서는 이정표를 보기가 쉽지 않다.
모든 컨디션은 좋다. 날씨도 몸도 ..
9시경 따뜻한 안부에서 배낭을 내리고 식사를 한다.
그러나 왠일인지 지난 달 부터 나는 도통 식사를 못하겠다.
먹는 둥 마는둥 하고 도시락을 정리한다. 그닥 추운 날씨도 아닌데...
식사를 하고 바로 걷는 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닌듯하다.
체기도 있는 것 같고 자꾸만 배가 아프다.
갈증이 나기도 하고..
산에 다니면서 물 안먹기로 유명한 내가 자꾸만 물을 찾더니
결국은 물구걸까지 하게 되었다.
작점고개에서부터는 오르막이 계속되지만 그다지 힘든 코스는 아니다.
살짝 얼어있는 낙엽길만 조심한다면 말이다..
기도터바위옆에 움막이 모두들 궁금한 모양이다.
아마 무속인들이 와서 기도를 하기위해 만들어 놓은 움막일테지..
< 용문산 정상석 - 그림자를 보고도 시간 예측이 가능한가..>
10시 20분 용문산 (710m)..
근처에는 등산로 정비사업으로 벌목하였고 언제부터 식수를 하겠다는 상주시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어떠한 이유로 벌목하였는지 또 식수계획을 어찌하겠다는 시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산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본다면 참 현명한 방법이지 싶다.
뜻하지 않는 질타를 받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용문산........햇살이 참 좋다.
산 정상임에도 바람한점 없이 포근하다.
걸어 온길을 되돌아 보니 어디가 어딘지 도통 모르겠다.
어둠에서 시작된 산행동안 지도도 펼치지 않고 앞사람의 뒷꽁무니만 쫓아왔으니 그럴 수 밖에..
또다시 안내산악회와 함께 하는 산행에 회의감을 느낀다.
<용문산에서 올려다본 국수봉 >
이제 마지막 한 고비만 남았다.
오늘 계획된 산행중에 제일로 높은 봉우리.. 국수봉.
눈에 보이는 봉우리는 무섭지 않단다.
언제부터인가 언제다가지 하는 마음은 없어졌다.
가다보니 가지더라.. 아무리 먼 고개도 걷다보니 어느새 다다라 있었다.
그래서인가 오늘은 봉우리가 다가와도 두려움같은 것은 없다.
단지 악화되는 듯한 무릎의 통증이 문제다.
내리막 가는 길이 힘이 든다..
아고 고뱅이야..........아고 아고...........하는 신음소리가 절로 나오고..
내게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
내가 선자령에 있을 때의 좋은 날씨와 같은 포근한 날씨와
그때 느꼈던 그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었으니....
<국수봉을 향하던 중 되돌아본 용문산 >
<국수봉 정상석 - 이정표에는 795m로 표기되어 있었다 >
그랬다.. 11시 40분 걷다보니 어느새 국수봉(763m)이다.
욕심을 없앴더니 저절로 다다른것 같다.
저절로와 왔겠는가만은 저절로 온 것처럼 힘이 들지 않았다.
큰재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나무로 턱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등산로를 정비해 놓아 그나마 미끄러지지 않고 잘 내려올 수 있었다.
<되돌아본 국수봉 -제일 뒷편에 보이는 봉우리, 그리고 열심히 하산하고 있는 어떤이..>
국수봉에서 사람들이 많이 정체되는 바람에 나는 호젓히 그길을 즐기며 걸을 수 있었다.
그 시간이 이번 산행에서 내게는 제일로 좋은 시간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나누며, 이런 저런 바램들을 되새기며...
< 683봉에서 뒤돌아본 국수봉(좌측) , 용문산 (제일 우측 평평한 봉우리) >
12시 50분 분수령(큰재)에 도착했다.
폐교앞에서 간단한 하산 행사를 하고 우리는 가던 길을 되돌아 왔다.
< 큰재 마을에 다달았을 때의 이정표>
< 다음 대간 길 , 회룡재를 향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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