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산~산!

바람이 나를 삼켰던 "설악 서북 능선" 한계령~장수대 -07/10/07

소풍가는 달팽이 2007. 10. 8. 07:50

새벽3시 10분 알람소리가 들리지만 눈이 떠지질 않는다.

4시 마트에 들러 가벼운 먹거리를 사본다.

몇년째 연거푸 계속되는 수해로 설악 골골은 엄청난 상채기를 안은채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7시 40분 산행들머리 한계령에 도착

   

7시 50분 산행시작....단풍이 벌써 들었을까 ..기대반 설레임 반으로.

몸이 가뿐하다.   

단풍철인데다 주말이어서인지 사람들로 등산로는 북적인다.

간혹 예쁜 단풍잎이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잎들이 색이 들기도 전에 말라버리는 듯하다.

 

9시 12분 서북능선 삼거리 (한계령 삼거리라고도) 도착.

 한분이 주변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열심히 줍고 계시지만

주변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제 쉬기에만 급급하더라.

' 역시 산을 아끼는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새삼 미안한 마음에 같이 동참해 보지만 이미 작업은 끝나가고 있더라. 무안해서 혼났네

 

귀떼기봉을 향하는 그길은  황철봉과 더불어 그 명성이 높은 너덜지대.

태풍 크로사가 북상중이라는 예보가 있었는데

출발할 때의  상황으로는 하산을 마칠때까지 비는 오지않을거라 예상했지만

지금 이 너덜지대를 지나는 동안은 곧 세찬 비가 쏟아질 기세다.

바람에 이 육중한 몸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몇차례 비틀거렸으니..

끝도 없이 오르고 또 오르고 비틀거리고 위험한 고비도 한번 넘기고...

아.....초보자는 힘든 코스겠구나..

앞에도 뒤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안개에 휩싸여서 시정이 좋지 못하다.

 

10시10분  귀청떼기봉(1672m)에 도착 ,

  

안개가 순간적으로 몰려가면서 가리봉이 살짝 보이고,

 <가리봉>

용아장성이 펼쳐지면서 멀리 대청봉과 중청도 눈에 들어온다. 

 <안개때문에 잘 안보이지만 제일 뒷 능선이 공룡능선, 그 앞이 용아장성 인 듯 하다>

 

 <젤 뒷 좌측봉우리에 동그랗게 하얗게 보이는 두개의 조형물이 있는 곳이 대청,산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 귀떼기봉 >

 

살짝 살짝 약올리듯 보여지는 좋지 않은 조망때문에 대승폭포를 볼 수 없을까봐 조바심을 내게된다.

귀떼기봉을 지나니 계속해서 능선과  내리막이 이어진다.

오늘은 몸이 무척 가뿐하다.

늘 오르막에만 다다르면 거친 숨을 몰아쉬던 내가 오늘은 한치의 머뭇거림도 쉼도 없이

오르고 또 오른다.. 기특하다. 전날 부처님을 친견했기때문이라고 누구는 이야기한다.

 

 11시 40분경 안부에 도착, 점심 식사를 하지만 바람때문에 몸이 오들오들 떨려온다.

윈드자켓을 꺼내어 입어 잠시 몸을 풀어준다.

 

12시 20분 ,1408봉 도착.

시야가 활짝 펼쳐진다.

오던 길을 되돌아 보니 멀리  산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귀떼기봉도 보이고,

  

끝청인지 소청인지 모를 봉우리에서부터  우측으로 가리봉도 눈에 들어온다.

모모조상의 음덕으로 오늘도 나는 설악을 맘껏 느끼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하면서 내려온다.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나무계단 틈으로 가을을 느끼게 하는 작은 풀한포기가 보인다.

카메라가 이상증상을 보여 조리개가 1/3 밖에 열리지 않았지만 그냥 찍어본다.

 

 

아.........이쁜 것, 솔체꽃이다.

 

재배된 솔체꽃만 보아 왔었는데, 이렇게 산중에서 나를 반겨주니 얼마나 황홀했겠는가.

그 아릿한 보랏빛으로 내게 너무나 다소곳이 와 준 솔체꽃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몇포기 없었는데 그나마 시들어가고 있었지만, 날아갈 듯한  꽃잎 한장한장이 참 곱다.

 

으악......급경사 내리막 계단이다. 경사도가 70도는 넘어보인다.

두타 관음암에서 하늘문 내려가는 급경사계단 만큼이나 급하게 깎아 질렀다.

아찔아찔.. 내려가기도 전에 겁에 질린 사람들도 많다.

 

급경사 계단길을 내려가다 좌측으로 낯설은 나무하나가 보인다.

고무나무이파리처럼 생겼는데 들어보니 "만병초" 라는 귀한 약초란다.

해발 1000m가 넘는 곳에서나 자란단다.

 

1289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올라온 길을 되돌아 보니 참 많이도 왔다.

늘상하는 고민을 또 한번 해본다.

이 일은 도대체 왜 계속하며,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2시10분, 드디어 대승령(1210m)이다.

 

대승령은 내설악으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이곳에서 십이선녀탕(남교리 방향)과 백담사쪽으로 가는 흑선동계곡, 장수대 방향으로 나뉘어진다.

내가 대승령을 다녀갔다는 증거를 포착하고 대승폭포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계속되는 내리막길. 등산로를 돌길로 이쁘게 정비를 해놓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어지는 7시간 이상의 산행으로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 듯했다.

가능한한 흙길을 택해서 하산을 하지만 발바닥의 통증은 계속된다.

 

 

2시 50분, 드디어 대승폭포를 만난다.

 

 <대승폭포 상단>

 

  <대승폭포 하단부>

길이가 80m가 넘는 우리나라 3대 폭포중의 하나란다.

비가 많이 와서 수량이 제법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수량이 많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하는 얘기로 봐서는 그 정도의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것도 흔치 않은 모양이다.

다시 한번 조상의 음덕을 ...ㅋㅋㅋㅋㅋ

길게 내려치다 다시한번 소에 모여 짧은 폭포를 다시 만들어 내고 있었다.

폭포앞의 반석에 가면 유명한 글귀를 볼 수 있다는데 거기까지 내려가보진 못했다.

소나무숲 조망이 참 좋다. 그래서일까 곳곳에 전망대시설을 많이 해 놓았다.

나무계단을 만들어 오래전의 길처럼 바위능을 타거나 그러지 않고 쉽게 하산이 되었다.

 

3시 20분, 장수대 공원입구에 안착!!

바람때문에 많은 땀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피로했을 발을  제일 먼저 샤워를 시켜준다.

세수까지 하고 나니 무척이나 개운하다.

오늘은 피로도 느끼지 않고, 그 어렵다는 너덜지대를 지나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오늘의 기대치를 모두 만끽했으니 나는 나름 복받은 놈이다.

맑은 설악산자체도 보았고, 운무에 휩싸인 설악산도 보았고, 만병초라는 놈도 보았고,

보기 힘들다는 대승폭포도 보았으니 복받은 놈이 확실하다.

 

 

총산행 시간  : 7시간 30분

산행거리 : 한계령 -  (3.9km) - 귀떼기봉 -(6.0 km) - 대승령 -(2.7km)- 장수대   총 12.6km

 

 

* 참고 :  대승폭포에 대하여

장수대 북쪽 1㎞지점에 위치한 대승폭포는 88m의 물기둥이 낙하하여 장관,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의 하나로, 신라 경순왕의 피서지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 전설 : 옛날에 부모를 일찍 여윈 대승이라는 총각이 이 고장에 살았는데, 집안이 가난한 대승은 버섯을 따서 팔아 연명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폭포 돌기둥에 동아줄을 매고 버섯을 따고 있었는데,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절벽 위에서 다급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나서 정신없이 올라가보니, 어머니는 간데없고 동아줄에는 커다란 지네가 달라붙어 동아줄을 썰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대승은 목숨을 건졌는데, 죽어서도 아들의 생명을 구해준 어머니의 외침이 들리는듯하다 해서 대승폭포라 불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