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산~산!

온몸으로 맞았던 석병산(08.09.21)

소풍가는 달팽이 2008. 9. 23. 12:42

왜였을까..

석병산에 대한 아스라한 그리움이 남았던건..

아마도 처음으로 수정초를 본 곳이기때문이 아닐까..

이 가을에 가면 또다른 야생초를 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기때문이 아닐까.

 

그리하여 떠났다.

본디 계획은 절골에서 고뱅이재를 거쳐 석병산을 올라 상황지미로 하산하려고 했는데..

오랫만의 산행이라 무리가 될 것 같아서 코스를 줄였다.

 

 

상황지미- 샘터 - 일월약수 - 절골 갈림길 - 일월봉- 일월문- 쉰길폭포- 성황당-치성바위- 상황지미

사전 준비도 없이 그저 부딫혀보자는 심산으로 출발했다.

이것 저것 준비하다 보니 집에서는 8시에 나섰으나 산행시작시각은 9시10여분이나 되었다.

 

목표물은 송이버섯, 능이버섯, 싸리나무, 다래, 구절초, 마타리..

과연 얼마나 달성했을까..

ㅋㅋㅋ

 

윤지미라는 산 이름을 보면서 왜 하필 윤지미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의아해 했었는데

황지미라는 지명을 보면서 그 지명에 대해 또다시 궁금증이 생겼다.

지미는 맛난 음식을 지미라고 한다던데....

 

여튼......상황지미까지 차를 몰고 달려갔고 언덕위에 있는 마지막 집 좌측 소로로 등산은 시작되었다.

500m남짓 올라갔을까 갑자기 길이 막혔다.

처음으로 본 리본이 지시하던 길이 이쪽이 아니였나보다.

토요일에 내린 비로 길은 미끄러웠고  정비된 등산로로 보기엔 좀 거시기했다.

- 거시기란 말이 상황에 따라 참 쓰기가 좋네.. 딱히 할말을 찾지 못할때 두리뭉실하게 묻어갈 수 있어 조오타~ -

 리본 있던 곳으로 되돌아 와 보니 건천 건너편으로 길이 보였다.

 

밭길도 지나고 건천을 넘나들기를 수차례 드디어 쉰길폭포쪽과 샘터쪽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왔다.

휴우.........약간이라도 더 짧은 쪽을 오르자는 심산으로 샘터쪽으로 올라 쉰길폭포쪽으로 내려오기로 하였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이 쪽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곳인 듯..

사방에 잡풀이 덮혀있고 길은 잘 보이지 않았다.

온몸을 바위에 내 던지기도 하고 잘못했다고 끓어앉자 빌기도 하며 샘터 있는 곳까지 올랐다.

참 지리지리하네... 오랫만의 산행이라 몸은 뻐근하고...

눈을 딴 곳으로 돌렸다.

오늘의 목표물을 향해 돌격~~

가래도 줍고 다래도 먹고.........

일월약수를 지나 산등성이로 올라오자 소나무 군락이 보인다.

행여나 아직도 눈먼 송이가 있을까 싶어 두리번 거리지만 어림도 없다.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올 송이가 아니지 않은가...

포기하고 본업에 충실하자며 가던 길을 부지런히 오른다.

드디어 산등성이~~

절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쳐지는 곳이다. 일월봉까지 20분!!

헐떡이며 올라온 지금까지의 등로와는 달리 부담이 되지 않는 편안한 능선길이다.

 

20분을 채 못가서 일월봉 건너편 봉우리다.

백리향이 만개했던 그곳에 쑥부쟁이와 바위구절초가 만개했다.

 

 ↗ 만개한 바위구절초

 ↗ 자주쓴풀

 

와우~~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여쁘구나 구절초여~

↗ 바위 구절초 

 

그러나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지 않은가.. 목표물을 봤으니 목표를 이루어야지않겠는가.

빽빽한 배추 솎아내듯이 ......

 

그래도 왔으니 흔적은 남겨야겠지~

정상석 앞에서 어설픈 포즈를 취하며 찰칵~

 

  

일월문사이로 보이는 전경을 보고 돌아서서 황지미길로 급하강한다.

400여 고지를 400m로 떨어지니 거의 수직강하인 셈이다.

다행히 밧줄을 매어 놓아 손바닥에 불나는 줄도 모르고

미끄러운 그길을 한달음에 내려온다.

정말 정신차릴 수 없는 내리막길이다.

쉰길폭포에 다다를때까지 그렇게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온 것 같다.

쉰길 폭포! 

 

그 이름답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낙수소리가 인근에 오니 웅장하게 들린다.

물이 많은 여름에는 가히 장관일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수량이 많이 않았다. 그래도 높이가 있어서인지 낙수소리는 어마어마하다.

그곳에서 약간의 쉼을 한다.

석병산 신령의 정기를 받으며 큰숨도 내 쉬어 보고

주워온 가래도 다듬고 , 그리고 또 많은 것들을....

또다시 계곡길을 수없이 넘다들며 날머리로 향한다.

산행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비가 잘 안된 등로와 이런저런 목표달성때문에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된 듯하다.

하지만 이 등산로는 조금 지겨웠다.

다음엔 삽당령에서 올라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