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휴림의 여행편지를 통해 본격적으로 사전탐사에 들어갔던 비수구미 마을.
아주 오래전에 탐사 목록에 들여놓았지만
한동안 멈추었던 오지탐험에 새 불을 지피게 한건
김휴림의 여행편지에서 내게 날아든 한통의 메일이었다.
그때부터 짬을 보고 있던 내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아침가리와 덕풍계곡의 비경을 알고 있는 내게 또다른 오지가 눈앞에 펼쳐 질 것을 생각하니
다소 흥분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떠나는 발걸음이 다소 무거웠다.
개인적인 일이 조금 있었으니..
원주에서 춘천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춘천에서부터는 소양강변을 끼고 달리다
제2 소양교를 지나 5번국도를 타고 춘천댐을 경유하여 화천까지 북한강을 끼고 기분 좋은 드라이브를 계속하였다.
가을은 이미 저만큼 달아난 듯 스산한 분위기는 겨울을 재촉했다.
전쟁에 나섰는데 총도 총알도 챙기지 못한탓에 화천 시내 마트에 들러 최소포장단위(2kg) 쌀 한포를 사고 5거리 로타리를 돌아 461번 지방도를 타기 시작했다.
화천 수력발전소앞 유원지에서 수력발전소 장면을 잡고(지방도 460으로 바뀐다), 약 2킬로미터정도를 달리니 꺼먹다리란 이정표가 보인다. 급할 것이 없으니 차를 세우고 둘러보았다. 1945년 화천댐이 생기면서 강을 가로질러 철근콘크리트 교량이 세워졌는데 그 다리 상판을 검은 침목으로 만들었다하여 꺼먹다리라 이름 불린단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그 다리는 6.25전쟁 동안에도 참 잘 견뎌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꺼먹다리를 지나 딴산유원지를 그냥 스쳐만가고 이름도 특이한 처녀고개를 지나 풍산마을로 접어 들었다. 풍산마을삼거리에서 우회전하니 평화의댐 가는 해산령이 시작되었다.
길은 꼬불꼬불하지만 눈앞에 단풍든 낙엽송의 비경때문에 감탄이 이어진다.
캔버스에 노란 물감으로 덧칠한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길이 너무 험하고 전화통화를 하다보니 그냥 지나쳐 버렸다.
드디어 해산터널이다. 터널 길이 1984m, 해발 700m고지에 위치해 있는 일자형 터널이다.
길이가 거의 2KM에 달하지만 한쪽에서 터널 반대편이 보일정도로 관통되어 있다.
해산터널 나가자마자 해산령이란 표지석도 보이고 해산령쉼터도 보인다.
평화의 댐 아흔아홉구비라는 표지판도 보인다. 자료수집당시 제일 많이 보았던 장면들이다.
일단 차를 세워놓고 비수구미 가는 길이 있는지 확인을 해본다.
어떤이는 3KM정도 더가면, 어떤이는 8KM정도를 더가야 비수구미 가는 길이라고 안내하고 있었기에 눈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비포장도로에는 자물통이 굳게 채워져있는 것을 확인해두고 조금 더 내려가 보기로 했다.
전화는 해산터널 들어오는 입구부터 불통이다.
3km정도를 더 갔더니 매산전망대다.. 특이한 전망대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철로 만든 구조물 중간쯤을 판넬을 설치해서 계단을 이용해 오르도록 하였는데 거길 올라보니 흔들린다고........
거기까지 갔지만 비수구미 가는 길은 없었다.
다행히 전화통화가 가능해서 민박집에 확인하였더니 해산터널앞이 걸어올 수 있는 길이란다.
다시 차를 돌려 해산령쉼터에 차를 안전하게 파킹하고 여장을 다시 챙겼다.
앗뿔싸~ 거기서 생각나는 기억의 편린!! 오늘 만찬을 책임질 고기군이 빠졌다.
혹시나 상할까봐 냉동실에 차곡차곡 잘 재워 얼려두었었는데 그걸 챙기지 못하고 여기까지 온것이다.
할 수 없다.. 그냥 야채쌈으로 만족하자..
자연휴식년제 실시로 굳게 닫힌 철조망을 살짝 돌아가니 샛길이 있다. 살곰살곰..
내리막길이다. 차량통행도 가능할 것 같은 도로다.
내려서자마자 물소리가 가깝다. 잎을 다 떨귄 나뭇가지들 사이로 어렴풋이 계곡이 보인다.
우와~~~~~계곡이 넘 이뻐~
계속되는 내리막에 한사람도 부딪히지 않는 이 자유로움~
하늘이 시기를 하나...간헐적으로 빗방울을 뿌린다.
길들이 너무 이쁘다.
아침가리에서 구룡덕봉 오를때의 첫느낌.....그런 느낌이라면 이해가 될까.
계곡의 하얀 돌들이 주변의 단풍나무와 낙엽송의 단풍과 어울어져 너무 이쁘다.
아침가리를 소금강계곡에 비유한다면 비수구미계곡은 무릉계곡으로 비유하면 될 것 같다.
계곡이 넓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다. 히야 예쁘다.....
가끔 쌓인 낙엽이 주는 푹신함은 어떻다 말할 수 없을만큼 감촉이 좋다.
가끔 나타나는 다리를 건너면 계곡은 방향을 틀어 흐르고 있다.
작은 폭포를 만들며 흘러내리는 계곡은 갈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거센 물소리를 자아내고 있다.
산딸기 넝쿨과 억세밭을 지나 걷고 또 걸었다.
길옆에 늘어서 있는 진달래나무는 봄에 와도 정말 이쁘겠구나를 생각케 하였고
그래서 또다시 4계절을 이곳을 와야하는구나.... 조금더 빨리 왔더라면 정말 기가 막힌 단풍구경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다섯개를 건너가니 입구에 있던 철조망문이 또 하나 있다.
자연휴식년제가 실행되고 있는 비수구미 계곡 6km가 끝났다.
거기까지 걸어간 시간은 1시간 30분.
철조망문에서 조금 더 나아가니 다리 좌측으로 사진에서 보았던 민박집이 보인다.
추측건데 장씨네 비수구미 민박이리라........ 장독대가 늘어서있고........비수구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박집이다. 역시나 그랬다.
우리는 우측길을 조금 더 올라갔다. 장씨네 민박이 만원이어서 이장님이신 김상준씨네 굼불떼는 방을 예약했기때문이다. 쌀쌀한 날씨탓에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이미 방에 굼불을 짚혀 쩔쩔 끓는 방을 준비해 놓으셨단다. 창호지가 발라진 쪽문이 정감이 간다.
아주머니는 우리가 오지 않은 그길을 조금 더 걸어 볼 것을 권한다.
좀 더 가면 전화통화도 가능할 것이라 일러주신다.
그 길을 따라 걸으니 민박집이 하나 더 보인다. 낙원 민박이다.
낙원민박쪽에서 바라보는 파라호의 물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비수구미 (斐水九美)인가 보다.
옥빛에 가까운 푸른빛을 내는 물빛과 노랗게 물든 낙엽송의 단풍빛이 한폭의 유화를 또 만들어 낸다.
낙원민박쪽 언덕에 가니 통화가 된다....반가운 목소리 들을 수 있으니 좋다.
되돌아 와서 저녁 먹거리 준비를 한다.
된장찌게와 냄비 밥~!! 그리고 나물반찬에 김치..푸짐하고 다양한 쌈채소들..
갖가지 야채에 매운 청량고추를 뚝 잘라 쌈을 먹으니 그 맛이 기가 막힌다.
결국 또 과식을 하고 말았다.
6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이다.
소화를 시킬겸 나서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결국 제자리다.
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하니 내일 아침에는파로호에 뜨는 일출을 보겠구나며 좋아라 한다.
뜨끈뜨끈한 방에 들어앉아 이 얘기 저얘기 하다보니 시간은 또 잘 간다.
준비해온 드립퍼를 꺼내어 커피를 마신다.
향이 참 좋다.......... 구들방에 앉아 서양커피라니 좀 안어울리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아무려면 어떠리...... 좋은데.........좋은걸 어떡해..
잠이 들었지만 그집을 날뛰는 쥐발자욱 소리에 몇번을 깨야만했다.
아침이 왔지만 날씨는 좋지가 않다.... 어젯밤에 분명 별이 초롱초롱했는데
이곳에서는 햇살 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주인아저씨께 해산에 관한 정보를 구해보지만
아저씨역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외의 다른 것은 알지 못한다.
보트를 이용해서 나가고 싶지만 차를 해산령 쉼터에 두고 온 탓에 다시 걸어 올라가기로 결정한다.
오르는 길은 약간의 오르막이다 보니 오던 길 보다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 예상한다.
오르다 보니 분명 내려올 때는 보지 못했던 진달래가 한창이다.
이 무신 경우람~
눈 내리는 겨울에 개나리를 본 적은 있으나 진달래가 이 겨울에 핀 것은 처음이다.
그것도 잎은 단풍 들어 다 져가고 있는데 꽃망울까지 맺혀 있는 진달래라니....
어이가 없기도 하고 불쌍한 생각마져 들었다.
어이 때를 놓쳐 지금에 피어나서 채 제 빛을 발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시들어가야만 하니..
서글프기도 해서 애꿎은 카메라만 연신 눌러댔다.
올라가면서 보는 비수구미계곡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내려오면서 미쳐 보지 못했던 비경들이 다시 눈에 들어오고...
아름다운 비수구미 ~!!!!!
내 언젠가 다른 계절에 다시 너를 만나러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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