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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월정사 ~ 상원사~ 북대사~ 두로령~홍천 내면

소풍가는 달팽이 2007. 10. 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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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지 추천, 오대산, '수수한 오색'의 향연
북대사 고개길,  월정사~상원사, 상원사~북대사~두로령~홍천 내면 매표소

스포츠조선=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입력시간 : 2007.10.24 09:40

가을이 한껏 무르익었다.

발갛고, 노란 오색 자태를 훌훌 털어 내는 계절의 변이가 심금을 울린다. 만추지정에 겨워 자연에 흠뻑 취해 보려는 이들에게 농익은 가을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이다. 가을의 서정을 대별하는 대표적 테마로는 단풍을 꼽을 법하다. 하지만 올가을 단풍은 긴 여름에다 비도 많이 내려 일주일 이상 늦거나 그다지 고운 편은 아니다. 기상청은 산 전체 면적의 20%가량이 물들었을 때를 단풍 시작일로, 단풍이 전체 면적의 80%가량에 이를 때를 단풍 절정일로 잡고 있다. 하루 20km씩 남하한다는 단풍은 설악-오대산의 아래 계곡까지 내려와 이번 주말(27일)이면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곱게 물들기 시작한 지리-덕유 남녘의 산 능선도 이달 말-다음달 초 절정을 이룰 태세다.

이 가을 잠시 틈을 내어 골골이 내려앉은 가을 색에 젖어보자. 자연이 빚어내는 거대한 색채 마술에 '불원천리' 달려온 발품이 아깝지 않다. 잠시 세월을 잊고 대자연에 몰입할 수 있는 오대산 설악산의 대표적 단풍 트레킹 코스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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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정사 일주문]


◆오대산 북대사 고개길(월정사~상원사~북대사~두로령~홍천내면 분소)

올 가을 단풍은 오대산이 으뜸이다. 대표적 육산인 오대산은 강렬한 원색미 보다는 수수한 듯 다양한 오색단풍이 특징이다. 수종이 풍부한 탓이다. 때문에 육산 특유의 부드럽고 완만한 트레킹 코스에서 만나는 알록달록, 노랗고 잿빛 섞인 가을색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만추에 만나는 고즈넉한 트레킹 코스, 446번 지방도는 그야말로 명품길이다. 이 길은 국내 몇 안 되는 비포장 정규 지방도로이다. 그중 오대산 월정사를 출발해 북대사~두로령(1300m)을 거쳐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잇는 약 25km 구간은 오색단풍과 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운치 있는 숲길이다.

▶월정사~상원사(9km)

숲길 트레킹은 월정사 일주문부터 시작된다.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1.2km)을 거쳐 오대산에 들어서게 된다. 전나무 숲길 따라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마음의 때가 다 씻겨지는 느낌이다. 가람을 비켜나 월정사 부도밭을 지나면 신작로 흙길이 시작된다. 월정사에서 상원사 구간(9km)은 오르막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경사가 완만하다. 한쪽은 맑은 계곡이고 부드러운 흙길 곳곳에 나무 터널이 드리워져 있다. 골이 깊어질수록 단풍빛깔도 짙다. 말간 계곡수를 붉게 물들인 행렬이 물길따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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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원사 입구]


상원사는 조선시대 세조와 문수보살의 전설이 깃든 사찰이다. 부스럼을 치료하기 위해 오대산을 찾은 세조가 월정사를 들렀다가 상원사로 가던 도중 계곡수가 너무 맑아 목욕을 했고, 마침 지나가던 동자승을 불러 등을 밀게 했다. 세조가 동자승에게 "어디 가서 임금의 몸을 씻어줬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이르자, 동자승이 "대왕께서도 문수보살을보았다는 말을 하지 마세요" 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세조는 동자의 모습을 목공에게 일러주며 문수동자상(국보 221호)을 새기게 했고, 상원사에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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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원사 가는 길]


▶상원사~북대사~두로령~홍천 내면 매표소(16km)

상원사에서 북대사, 두로령에 이르는 길(6km)은 살짝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다양한 수종을 자랑하는 식생의 보고답게 다채로운 자연의 가을빛깔을 접할 수 있다. 특히 굽이를 돌때마다 가을이 내려앉은 오대산 능선이 눈앞에 펼쳐지기를 반복해 지루하지 않은 트레킹 코스가 펼쳐진다. 길 또한 호젓하다. 대다수 관광객들이 상원사까지만 들르기 때문이다.

산세를 둘러보며 느릿하게 두어 시간 발길을 옮기자니 북대미륵암이 나선다. 북대사는 스님들이 공부하는 조그만 선원이다. 십수년 전만 해도 너와지붕이 얹혀진 운치 있는 암자였다. 절 앞마당은 전망대 구실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마당 앞에 심은 전나무가 툭 트인 시야를 가리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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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로령]


잠시 다리쉼을 했다가 내처 걸으면 어느새 두로령이다. 행정구역이 평창에서 홍천으로 바뀌는 여기부터가 진경이다. 두로령에서 내면 명개리까지 약 10km 구간은 오색단풍이 산 능선과 계곡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특히 명개리 계곡엔 민가나 사찰 하나가 없어 열목어 등이 서식할 만큼 청정계곡이다.

두로령 고갯마루(1310m)는 이미 겨울 채비가 분주하다. 하얀 자작나무도 잎새를 떨구고, 매서운 찬바람도 불어든다. 가을이 다 갔노라고 자칫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낙엽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 명개리 쪽 굽이 길은 훨씬 운치가 살아 있다.

오대산의 연봉들은 파스텔톤의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고, 계곡은 붉은 빛깔을 토해내며 장관을 이룬다. 지대가 낮아지고 계곡수가 풍부해지며 홍단풍도 덩달아 붉게 타오름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산의 날씨는 늘 변화무쌍하다. 쨍한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는가 싶더니 이내 후드득 찬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아침 무렵 서울을 적셨던 비구름이 강풍을 타고 세 시간 남짓 만에 오대산 능선까지 달려 온 것이다. 자연 앞에 인간은 한낮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가을비에 젖은 단풍 숲길은 더 때깔이 곱다. 단풍 빛깔이 차분하면서도 선명하게 빛나며 한결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맑은 날엔 찾을 수 없는 또 다른 감흥이다.

오대산 월정사를 출발해 북대사~두로령을 거쳐 홍천군 내면 명개리 매표소를 잇는 약 25km 구간은 보통 걸어서 7시간쯤 걸리지만 느릿한 걸음이면 8~9시간. 하루해면 충분하다. 상원사부터 명개리 내면 매표소까지 걷는다면 5~6시간, 차량을 이용하면 1시간 남짓 걸린다.

상원사~내면 매표소 구간 차량 이동은 오전9시~오후3시까지만 허용된다(단, 11월1일~6월14일까지 폐쇄). 차량 진입은 내면매표소나 상원사 통제소를 오후 3시 이전까지 통과해야 한다.

오대산 국립공원 안내소 (033)332-6417

지도를 클릭하시면 강원 상원사 위치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