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거세게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오늘은 햇님이 반갑게 얼굴을 비추인다.
늦은 출근길에 만난 자연은 참으로 평화롭다.
흰구름 많은 하늘
살랑이는 바람
살짝이 솟아 오르는 너울.
내가 느끼는 가을같다.
이 봄에 왠 가을타령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그냥 가을이 좋아서
이 아침이 가을 같이 좋아서 그렇다고 대답하련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라 기억된다.
아침뉴스에서 오늘은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가 있었고,
아버지는 학교 갈 때 우산을 꼭 챙기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흔히들 말하는 감수성이 하늘을 치솟는 때인만큼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학교를 갔다.
1980년대 초반이었음에도
일기예보는 적중했다
수업중에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좋아 하마터면 큰소리로
"야호"하며 외칠뻔했다.
가방에 든 책이야 젖던지 말던지 아랑곳하지 않고
난 3KM가 넘는 귀가길을
그냥 걸었다.
얼굴을 내리치는 빗줄기가 그렇게 정다울 수 없었다.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 하나요.~~~~~
................................... "
용케도 내 좋지 않은 음정은 빗소리에 묻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거의 한시간 가량을 걸어 집에 도착했더니
아버지께서는 잊지 않으시고 한말씀을 하신다.
"아침에 우산 챙겨가라고 했더니....... "
"까먹고 그냥 갔어요..." 라고 대답하는
내 속마음은 "일부러 그랬어요.." 라며 웃는다.
그날이후로 난 거의 비의 mania가 되어 버렸다.
물론 그날 사건으로 난 며칠동안 감기 몸살로 시달려야했지만
그것이 무슨 대수랴~~~
내 아이들이 자라나는 거 보면서
이전의 아버지 마음을 헤아려보지만,
그래도 그때는 그러고 싶었노라고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께 말씀드린다.
비온 뒤의 청명함이
이 아침 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
오늘같이 비가 내린 다음날은
농사꾼인 아버지가 무척이나 분주한 날이셨는데...
논두렁에 물꼬도 터야하고
무너앉은 밭두덕도 다져야하고
그렇게 아버지는 자전거에 삽하나 꽂으시고
동분서주 하셨는데..
아버지...........보고 싶어요.
흰머리에 삽자루 꽂고
장에서 사다주신 고등어도
오늘은 무척이나 먹고 싶어요.
생전에 한번도 하지 못한 말 한마디 오늘은 하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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