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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김 춘수 + 강릉 사투리 버전

소풍가는 달팽이 2007. 11. 16. 14:49

            꽃

                       -   김 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강릉 사투리 버전 >

 

꽃                   

             - 김춘수

 

내가 가 승멩으 불러주기까정은

가는 단지

한개의 몸뗑이에 지내지 않았아, 머 아나

 

갠데 내가 가 승멩으 딱 불러 ��을 때

가는 내인두로 와서

꽃이 됐아

 

내가 가 승멩으 불러준 그매루

내 이 삐따구와 헹기에 어울리는

언놈이 내 승멩으 불러다와야

가인두로 가서 나도

가 꽃이 되구수와

 

우리들 마카는

하이탄에 머이 되구수와

니는 내인두루 나는 니인두루

잊헤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구수와, 머 아나

 

 

*  도움말 *  

가(그애), 승메으(성명을), 내인두루(나한테로) ,됐아(됐어)

그매루(그것처럼), 언놈이(누군가가), 삐따구(빛깔), 헹기(향기)

불러다와야(불러주오), 되구수와(되고싶어), 마카(모두)

하이탄에(어쨋든지) ,머이( 무엇이) , 머 아나(아마 모를껄의 의미로 쓰이는 말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