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다녀와서
( 동행한 어느분이 찍은 사진 中 )
계속되는 비로 출발하는 새벽까지도 산행을 할 수있을까 걱정을 했다.
다행히 출발하는 그 새벽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사진에 보이는 산행출발지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한 시각이 아침 7시 15분.
출발 호각소리도 없이 각자 알아서 한계령 매표소로 향한다.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나뭇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거세진다.
주섬주섬 배낭커버를 꺼내서 덮고 우비를 입기도 하면서 분주하다.
워낙 비를 좋아하는 소녀는 우비를 입지 않고 비 맞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 우비를 입으면 더워서 힘들텐데...더울텐데" 를 연거푸 중얼거린다.
챙넓은 모자가 우비를 대신해준다.
오르락 내리락 바위사이를 통과(?)하기도 하면서
한 두시간을 걷고 도착한 곳은 한계령 삼거리..
왼쪽으로 갈까( 귀떼기봉 ) 오른쪽으로 갈까( 대청봉)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오른쪽으로 가면 대청봉이에요....라고 말한다.
여기서 부터는 오솔길이다.
지리산의 너덜길과 정상까지 이어지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 넌덜머리를 냈던
나는 역시 설악산이 내 체질이야...하면서 기분 좋은 서북능선의 오솔길을 걷는다.
계속 되는 비때문에 구비구비 펼쳐져야 할 설악산 비경이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
11시 20분경 도착 한 곳은 끝청( 해발1604).
몇사람의 무리들이 간식으로 시장기를 달래고 있었다.
한여름이라지만 그곳의 바람은 온몸을 떨게하고도 남았다.
끝청이라는 이정표지판과 끝없이 이어질 보이지 않는 능선을 뒷배경삼아 사진을 몇컷 찍고
서둘러 다시 길을 나선다.
중청(해발 1676) 갈림길에 고맙게도 두분이 우리를 기다려준다.
오늘 우리 산행은 대청으로 가지않고 바로 소청으로 간다고.....
그분들이 아니였음 분명 대청으로 향했을텐데......
분비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소청(해발 1550)에 도착했을때는 해가 나고 있었다.
분비나무에 맺힌 물방울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무엇을 그렇게나 담고 싶은지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1차 목적지인 소청대피소에 도착한 시각은 12시 27분.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구름을 휘몰고 가니 눈앞에 용아장성의 장엄한 자태가 드러났다.
다시 바람이 불어 그 광경이 묻힐 새라
밥 먹던 것을 중단하고 다들 셔터를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선발대가 봉정암에서 기다린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커피와 참외하나로 디저트를 대신하고 하산 준비를 하는
몸이 뜨거워 옴을 느낀다.
정상주라고 마신 소주가 온몸에 퍼지는지 어질어질, 숨이 헉헉 막힌다.
괜히 마셨나보다 후회를 해도 이미 때는 늦었으니..
가파른 바윗길을 내려가니
커다란 바위를 양쪽으로 움푹패인 곳에 봉정암이 드러났다.
이번 산행의 가장 큰 목적이 봉정암이었으니 어찌 반갑지 아니하겠는가.
그 정갈한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봉정암에 들어가 불상이라도 보려고 하였으나
오래전에 도착한 선발대들이 출발하려 한다.
부랴부랴 감로수 한잔을 마시고 빈물병에 하나가득 채워
마음으로 묵도를 하며 선발팀에 끼어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하지 않고 하루 기도하고 간다는 두 불자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부럽다.
얼마를 갔을까 물소리가 갑자기 거세진다.
몇일동안 내린 비로 계곡의 수량은 엄청 많았고
그 물줄기가 쏟아내는 소리는 어마어마했다.
지리산의 휴유증으로 고생하던 왼쪽무릎과 발목이 점점 더 감각이 무뎌진다.
정말 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발을 질질 끌며 내려간다.
얇은 종잇장으로 프릴치맛단을 만든 듯한 바위를 타고 폭포줄기가 흐른다.
얼마나 많은 폭포들을 만났던가.
쌍용폭포 전망대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을 무렵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서둘러야겠다.
수많은 폭포들.......
진짜 길게 늘어졌던 폭포, 깍아 휘돌듯 내리 쏘는 폭포.....
많기도 했다...그런 폭포들을 위안삼아 내려 오는데
그때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무릎통증을 호소한다.
잠시 휴식을 위해 앉았던 바위주변에
누가 언제 쌓았는지도 모를 돌탑들이 무수하다.
거기에 또 하나를 추가해서 쌓았다.
무슨 소망을 담으며 쌓았을까........참으로 예쁘게 정성들여 쌓는다.
점점 통증은 심해지고 계속되는 계단과 자갈길에 많이 힘든 모양이다.
얼굴이 노래지고 상태가 많이 심각해보였다.
그래서 힘을 냈다.. 아니 힘을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힘껏 손을 잡아주는 일밖에 없었다.
힘내......힘내서 가자!!
백담사 7.5km...........6km......4.5km
작아지는 숫자들에 희망을 걸며서 걷는 나에게 한마디 던진다.
이렇게 힘든걸 왜 하냐구...
다신 안하고 싶다고.....
그러나 나는 말한다.
지금 몸은 힘들지만 기분은 무지 좋다고
그래서 또 하는거라고....
물길을 지나 진흙탕길을 넘어 수렴동 계곡도 지나고
오세암과 봉정암으로 갈라지는 지점..영시암
백담사 2km.....30분만 가면 될거야.....힘내서 가자~!!
그러나 가도 가도 백담사는 보이지 않는다.
백담사에 도착했을때는 완전 녹초가 되었다.
처음 산행에 그렇게 장시간 걸었으니 힘들지 않을리가 없다.
주차장까지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너무나 지쳐보여 초콜릿도 권해보지만
만사가 다 귀찮다는 표정이다.
많이 힘들어 보인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앞 버스로 도착한 팀들이 하산파티를 하고 있었다.
시장기를 조금 달래고 버스에 오르니 긴장이 풀리는지 온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뜨거운 물로 한기를 달래며 집으로 돌아왔다.
힘들었던 산행이었지만 오늘도 또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한계령 휴게소 --(2.3km) -- 한계령 삼거리 --(4.2km)---끝청 --(1.0m)
중청 ---(1.2km)----소청대피소 ----(0.8km)---봉정암 --(6km)--
수렴동 대피소 --- (2.5km) ----영시암 -- (2.5km) -- 백담사
총산행거리 : 20.5km 10시간
산행일자 : 2006년 7월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