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산~산!
산행에 대한 단상
소풍가는 달팽이
2006. 6. 19. 10:36
" 산이 거기에 있기에 산을 오른다 "
이말은 내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내 첫산행의 동기는 너무나 악의적이었다.
나의 인생이 너무도 가여워보였고,
나의 의지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타인의 의지에 의해 좌지 우지 되어야 하는 내 자신이 너무도 나약해 보여서
나를 괴롭힐 요량으로 시작되었다.
산행의 동기가 순수하지 못했으니
산행의 즐거움을 알았을 턱이 없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배낭을 짊어지고
산에 가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산행을 마치고 초췌하게 내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어느 순간 미친 듯이 산을 쫓아 다니게 되었고
생사를 넘나드는 산행도 서슴치 않았다.
마치 산에 원한 맺힌 사람처럼
산에서 죽기를 희망하는 사람처럼....
그렇다고 전문적인 산악인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와 함께 산행하는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 오래도록 산을 다녔다고 절대로 생각지 못한다.
나의 걸음이 황소같이 느리고
특별히 산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니..
난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짓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같은건 안중에도 없다.
가다 힘들면 쉬어가고
가다 못가면 다음에 또가고
난 악을 쓰며 정상 정복을 목적으로 산에 가는 것을 좋아라하지 않는다.
그냥 거기에 가서 내 마음이 편하면 좋은 것이고
거기서 내 마음이 가벼워지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