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산~산!

이럴 수는 없는거야 -해산(日山) (07.11.11)

소풍가는 달팽이 2007. 11. 12. 22:17

빼빼로데이라나..

빼빼로는 구경도 못했다. 학교에 있었으면 빼빼로 엄청 받았을긴데...

아고 그녀석들이 갑자기 보고 싶네.. 

사설은 접고 해산이야기를 해보자.

 

비수구미마을 트레킹을 생각하면서 함께 잡았던 계획이 바로 해산 등산이다.

오지촌 산행이라 나름 기대를 갖고 갔던 것도 사실이고, 만만한 산행으로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 만만함이 아마 오늘의 화를 불러 들인 것 같다.

나침반도 고도계도 없이 지도도 없이 특별한 지식도 없이 맨몸뚱이로 산을 올랐으니 말이다.

인터넷 정보를 바탕으로 산행들머리를 버섯농장쪽으로 잡았다.

제안산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므로  1190봉과 해산주봉을 갈 요량으로 ....

버젓이 서있는 출입금지 푯말을 못본 척 하고 버섯농장이 보이는 그길로 접어 들었다.

버섯농장 가기 직전에서 우측으로 길을 틀어 보니 주황색 리본이 보인다.

흔히 들머리에 많이 달려있을 법한 리본은 보이지 않고 아무 글자도 새겨지 있지 않은

주황색 리본 하나  달랑 달려 있다.

능선 삼거리까지는 원시림이라 했겠다~

아니다 다를까 길은 이끼가 가득한 바위군에 잡목들과 다래넝쿨, 쓰러진 고사목등이

얼기설기 엉켜서 원시림을 방불케했다.

낙엽이 많이 쌓여진 길을 사람들이 많이 지나지 않아서 길을 분간하기가 쉽지가 않다.

다행히 고맙게도 주황색리본이 20여미터마다 하나씩 매여져 있어서 안내등 역할을 해준다.

고마운 사람일세..

그것이 없었더라면 무작정 올라야 했을텐데..

그랬다. 참 고마워했다.. 적어도 능선 삼거리에 도달할 때 까지는...

 

하늘이 가까워지고 능선에 다달았다. 상고대가 피어 장관이었다.

분명히 많은 사람들은 제안산을 거치지 않고 해산으로 가기위해서는 좌측 능선을 타라고 했다.

그러나 좌측능선에는 리본이 하나도 매달려있지 않았다

우측엔 앞의 그 주황색 리본과 타 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은리본이 서너개 더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예시된데로 우리는 좌측 능선을 타기로 했다.

여유있게 출발은 하였으나 길도 없고,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라고는

모 부부가 오지산행을 하고 간다는 초록색 리본 달랑 하나만 보였다.

꽤 오랜 시간 능선을 타고 있었지만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헬기장과 지봉이 한개 정도는 보여야 하지만 어디에도 없다.

동촌리쪽인가 싶기도 하지만 확신할 수도 없다. 방향감각이 하나도 없다..........

 

안되겠다고싶어 다시 오던길로 back해서 반대쪽으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반대쪽으로 올라가니 능선까지 우리를 안내했던 주황색 리본이 또 인도하고 있었다.

그래 이길인가 보다.......면서 오르길 30분.

드디어 헬기장이 나타났다. 오메~이길인가벼~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전진한다.

우측에 암봉들이 몇개나 나타나고 안개에 쌓여있긴 하지만 파로호의 모습도 보이고

구불구불한 도로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된겨~ 이길로 가면 1190봉과 해산 주봉이 나올껴~

위안을 하며 오르락 내리락을 얼마나 하였을까 시간을 보니 3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봉우리 이정표도 볼 수가 없었고

많은 봉우리를 올랐지만 어디에도 2봉이나 3봉이나 1190봉이니 하는 표지석은 없었다.

이게 뭔일이다요~ 도대체!!!!!!!!!!!

 

랜턴도 없고 온길이 멀어 되돌아가야할 시점인데

하나의 봉우리도 찾지 못하고 돌아가야한단 말인가.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더 진행할 수도 되돌아 갈 수도 없는 고민에 빠져 있던 그순간

직감적으로 음산한 기운이 느껴진다.

안되겠다..돌아가자.......

하산하는 길이지만 발걸음이 무겁다.. 마음도 무겁다.

두어번 더 이상한 기운이 감지된다.

내가 무슨 그런 사람도 아닌데........어쨋든 기분이 무지 좋지 않다.

걸어 왔던 그 길을 재차 삼차 확인하면서 내려왔지만 도착한 곳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

어랏..이 무슨 경우람~

갈 때는 분명 헬기장을 하나 지나갔는데 되돌아 오는길엔 다른 헬기장이 나타난다.

어디선가 길을 잘못들었나보다.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면서 더 많은 확인을 하면서 내려왔는데..

발걸음을 다시 멈추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찍었던 사진을 되집어 본다.

사진에 있는 헬기장을 찾아 되돌아 가기로 했다.

해도 나지 않았는데 안개까지 음산하여  산속의 하루는 더 짧은 듯했다. 곧 어두어질텐데...

마음을 차분히 하면서 속도를 내보자...하지만 맘은 벌써 혼란 속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던 능선 삼거리를 찾아내었다.. 휴우..

길도 뚜렷지 않은 원시림을 빠져나가려니 속으론 걱정이지만 겉으론 태연한 척 여유를 부린다.

달리고 걷고를 반복하며 앞서 안내를 받았던 주황색 리본을 따라 나오니

버섯농장이 보인다.

둘은 동시에 보인다~~~~~~~를 외쳤다.

 

참으로 이상한 산행이었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어찌하여 우리는 그 많은 봉우리중에 아무런 표지석도 만나지 못했을까....

몇시간의 산행동안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사람 모습은 커녕 소리도 듣지 못했다.

 

마음은 곧장 집으로 되돌아 오고 싶었지만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평화의 댐을 안보고 돌아가면 후회할 것 같아서

잠시 들러서 눈도장이라도 찍기로 하였다.

아흔아홉구비의 그 구불하고 위험한 길을 운전해 가면서도 내 마음은 계속하여 해산에 있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봐도 도무지 모르겠다.

나의 무모함이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겠지~

어떤 산도 만만히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인데......

음산한 해산 사진은 올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봐도 어째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