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과 함께한 신불산 - 07.10.28
새벽 5시 40분
배내고개(배네미고개)에서 시작한다.
<배내미고개에 세워진 이정표 - 실제로 신불산 폭포는 어딨는지 모르겠다>
아직 세상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내린 이슬로 바짓끝이 시려온다.
억새숲을 헤치며 나아가자니 얼굴이 쓰라려온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 짐을 느끼지만
나는 이 쌀쌀함이 싫지 않다~
하늘에 별빛은 초롱초롱 빛나고 보름을 막지나 아직도 달은 휘엉청 밝다.
<아직 어두운 하늘에 달은 고요히 빛나고>
하늘이 점차 푸른 빛으로 바뀌어가고 달빛이 흐릿해질 무렵
<달은 어쩜 저리도 밝게 빛나는지..>
6시 39분 배내봉(966m)에 오른다.
<배내봉 정상석- 어느 산악회에서 기증했나보다 >
야영하는 사람이 있다.. 순간 부러움이 마구 몰려온다.
얼마나 좋았을까.....
하늘이 점차 붉은 빛으로 변해간다.
<하늘은 동틀 준비를 하고>
계속 진행하다가는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놓칠 것 같아
찬바람이 부는 배내봉에 그냥 그렇게 머무른다.
빨갛고 조그만 알밤같은 것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온다.
산봉우리 봉우리마다 운해가 들어서 있고 그 사이에서 해가 솟아온다.
울컥하고 감정이 솟구친다. (일출 장면은 따로 편집키로 한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한다.
간월산과 억새평원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배내봉에서 한고개 내려선 안부에서 올려다보는 간월산과 신불산>
한고개만 오르면 된다.
억새는 이미 많이 져버려서 그 휘양찬란한 은빛은 많이 볼 수가 없다.
키도 민둥산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07시 57분 간월산(1083m) 정상에 도착한다.
<간월산 정상에 나의 스틱을 세워두고>
주변에 아기자기한 영남알프스 산맥들이 훤하게 내려다 보인다.
가지산(1,240m), 운문산(1,188m), 천황산(재약산:1,189m), 신불산(1,208m), 영축산(1,059m), 고헌산(1,032m), 간헐산(1,083m) 등 7개 산군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영남 알프스 ~ 언젠가는 종주할 날이 오겠지....
능선이 온통 억새밭이다.
<억새는 이미 지고 없었지만 능선엔 여전히 억새풀이 춤추고 있었다>
억새로 유명한 산인만큼 오늘 사진 작가들도 대거 출동했다.
간월 평전 가기전에 산악인 윤봉순씨 비가 있었다.
<故 윤봉순씨 비석>
아마 이고장 출산의 산악인이 아닐까 생각하며 가볍게 묵념하고 내려온다.
등산로를 온통 나무 계단으로 정비해 놓아서 목장길을 걷는 듯한 착각을 하게 했다.
<간월재 돌탑>
전망대며 갈월평전(간월재)은 테크를 설치하여 어묵장수들도 한껏 한몫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아쉬운 것은 산 고개 전체가 임도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는 것.
훤히 임도의 모양이 눈에 다 들어왔다. 모두들 차를 타고 신불평전까지 오는 모양이다.
<산이 아파 보인다. 곳곳에 임도가 나 있으니..빼곡히 서 있는 차량들 >
이제 신불산을 향하여 전진이다.
나무 계단을 오르고 또올라 한고개에 도착하니 아이스께끼 장사가 있다.
커다란 아이스박스에 아마도 가득 넣어서 오겠지만 여름보다 장사가 될 리가 없다.
사는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었으니 그말이 너무나 재미 있다.
"침발라 가면서 드세요.. 안그러면 날이 차가와 입에 달라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참을 웃었다.
9시 33분 신불산(1208.9m)정상이다.
다른 어떤 정상보다도 표지석이 많았던 곳이다.
태극기문양의 표지석, 작은 표지석, 돌탑, 지역민들이 세운 돌 표지석.
정상이라고 하기는 무색하게도 포장마차가 만들어져 있었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팔고 있었는데 참 대단하다 싶었다..
하기야 임도가 워낙 발달되어 있었으니..
그곳에서 바로 좌측으로 떨어지는 공룡능선쪽을 택하여 하산키로 하였다.
공룡능선가기전에 주린 배를 채우려 식사를 하였다.
공룡능선이라는 이름이 붙어진만큼 암릉임은 분명하였고
많은 사람들과 위험한 등반로로 길은 정체되기 시작하였다.
<신불산 정상쪽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 홍류폭포 갈림길 쪽에서 올려다본 신불 공룡능선>
암능을 타고 가는 재미는 남다르다.
위험한 만큼 스릴이 있으니 말이다.
일단 스틱을 접어 배낭에 꽂고 인간은 본디 직립보행을 하지 않았다는 진화론에
근거하여 네발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엉덩이를 바위에 붙이고 살금살금.........
재밌다....스릴만점이다.
사방은 깍아지른 절벽인데 왜 통쾌함을 느끼는지.....
지체가 많아서인지 예상시간보다는 하산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드디어 공룡능선의 칼바위를 마치고 갈림길에 들어섰다.
현재시각 11시 21분, 홍류폭포와 동굴나라 갈림길
<갈림길 안내 기둥>
홍류폭포쪽으로 가닥을 잡고 하산을 시작하는데
어랏 이거 하산이 장난이 아니다.
깎아지른 듯 가파른 하산길에 로프타고 내려가는 구간도 무척이나 많다.
올라오는 사람들의 휘몰아 쉬는 숨소리는 앞으로 내려갈 길이 험난함을 예견키에 충분하였다.
등산길이 그다지 어렵지 않더니 만만케 생각했던 하산길이 더 험난하네 그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닫다 보니 눈앞에 장관이 펼쳐진다.
12시 37분 홍류폭포
1.5KM도 채 되지 않는 구간을 한시간을 넘게 걸려 하산한 것이다.
사람이 많아 지체되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을 뒤엎은 시간이다.
홍류폭포앞에서 잠시 시간을 가졌다
<길이 33m에 달하는 홍류폭포>
<홍류폭포 안내문- 밴치뒤에 가려져 있었는데 사람들이 앉아 있어 제대로 찍지를 못했다>
폭포수에 손도 씻어보고 그리운 얼굴도 떠올려보고..
함께 했었으면 아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익숙해진다는 건 이런 불편함도 있구나싶다.
많은 시간 함께 하면서 벌써 함께하는 것에 익숙해진 듯 그 빈자리가 크다.
13시 03분.....하산완료
산행거리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시간은 의외로 많이 걸린 산행이었다.
<등억온천지구 진입로에 서 있던 안내도>
산행구간 : 배내고개- 배내봉- 간월산- 간월재(간월평전) - 신불산- 신불 공룡능선
- 칼바위 - 홍류폭포- 등억온천(총 11KM)
산행시간 : 약 7시간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