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푸르더라 - 두타산행 (07.10.14)
무릉계곡에서 출발하여 두타산성을 거쳐 두타산돌아 청옥산찍고 학등코스로 정하고 보니
등산예정 시간이 7시간 정도 되었으므로 일찍 출발하였다.
간단히 일천원하는 김밥 두줄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짐을 챙겨 무릉계곡을 거쳐
두타산성 입구에 도착한 시각이 7시 40분경.
기분 좋게 시작은 했지만 두타산에서 힘들었던 경험을 가진 나는
두타산성을 통해 두타산에 오르는 코스를 달가워 하지 않는다.
사람이 본디 첫 경험을 어렵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겁을 먹게 되기 마련이니까..
이번엔 힘들이지 말고 천천히 유람하며 올라가보자는 복안을 갖고
뒤에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선두자리를 다 내어주며 즐거이 노래 하며 오른다.
8시 23분 두타산성 도착.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이다.
나는 이 곳 두타산성에서 마주보이는 관음암을 보는 것이 참 좋다.
어쩜 그리 좋은 자리에 자리하고 있는지.......
아주 아담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관음암이 눈에 들어온다.
< 멀리 건너다 보이는 관음암 >
날씨가 나를 도와주는 듯하다.
신선봉과 장군봉, 박달령, 피마름골, 연칠성령 학등이 뚜렷이 다 드러난다.
오늘 산행은 천운이 따르는 날이 될꺼야........... 신난다.
9월 내내 우중 산행만 했는데 너무 행복해~ 마냥 신나서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가 아쉬워 많은 시간을 그곳에 할애를 했다.
신성폭포의 물소리가 경쾌하게 시원하게 들려온다.
깔딱고개와 대궐터 방향으로 갈라지는 갈림길......
갈딱고개를 통해가면 0.5km의 거리가 단축이 된다.
난 당연히 거리가 짧은 깔딱고갯길을 선택
경사가 급해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야한다는 깔딱고개..
가을 단풍을 구경나온 산악회 무리들이 오르락 내리락 많이도 한다.
정상에 가면 다들 정상주를 마시고 내려오나 보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지나갈때마다 그 특유의 술냄새가 바람과 같이 스친다.
농사꾼이 막걸리를 마셔가며 논밭을 일구는 모습이랑 비교해도 될런지..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분명히 해로운 것임을 밝혀두고 싶다.
구절초들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오고 점차 붉은 빛이 드러난다.
10시 14분 대궐터 삼거리
대궐터 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굵은 로프가 한다발 놓여있다.
이 지점을 지나고 나니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6부능선까지는 단풍이 들어 멀리서 보이는 모습이 어찌나 장관이던지..
쭉쭉벗은 적송은 또 어떻고..
두타산에서 청옥산 고적대에 이르는 능선들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두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놓고 청옥산과 고적대도 다시 사진을 찍는다.
< 좌측에 보이는 봉우리가 두타산정상>
<좌측의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청옥산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가 고적대>
<젤앞등줄기가 박달령,가운데긴줄기가 학등, 그 뒤가 연칠성령 >
어쩜 이리도 날씨가 좋을 수가 있을까.........다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행을 한다.
바위 위에 살포시 내려 앉은 작은 단풍잎 하나를 발견했다.
왜 내 눈엔 이런 것들만 띄이는건지... 하고 많은 것들 중에 왜 작은 잎들만 내눈에 들어오는건지...
알 수 없지만 난 그런 것에 더 정이 간다.
10시 43분, 쉰음산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
이색적이다.. 이정표가 두개가 세워져있다.
하나는 동해시에서, 하나는 삼척시에서 세워놓았다.
<나무색이 동해시에서 세운 이정표, 초록색이 삼척시 이정표>
삼척시에서 세워 둔 것이 조금 더 최근의 것인 듯 했다.
이제 조금만 더가면 되겠지~
다른 것들과는 다른 ,오래된 듯한, 하지만 정성을 기울인 듯한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염불암가는 길.. 그저 목판에 손으로 쓴 듯한 글씨..
산에서는 참 어울리는 듯하다. 그런데 그곳에 암자가 있나..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궁금할뿐 확인은 하지 못했다.
두타산 고지가 코앞에 보이지만 길은 옆으로 돌아나 있다.
11시 30분 두타산 정상!!
놀며 먹으며 이야기하며 노래 부르며 걸어 온지 4시간.
이렇게 걸어오니 힘든 것은 하나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 단풍 구경하러 왔다는 것은 정상풍경에서도 느낄 수 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며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두타샘으로 먼저 내려간다.
근데 이게 왠일~ 아는 분이 계시네..
오늘 원래 두타샘 마무리 공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시의 사정으로 인해 공사가 연기되었었다.. 몇몇분이 아마 공사를 하기로 했나보다.
공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옥산쪽으로 발걸음을 하기가 걸려
그냥 그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다른 분들과 합류하여
두타샘 복원 공사에 일조한다.
처음 복원공사를 시작할때는 수량이 꽤나 많았는데 지금은 썩 많지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가슴한켠이 뿌듯해 온다.
물이 필요할 때 몇방울의 물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가..
부족한 부분을 다시 고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는 아직도 살만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들 힘든 작업임에도 한결같이 즐겁게 웃으며 힘든 내색도 없이 맡은 임무를 행한다.
오후 3시 부분 작업 완료하고 하산 시작~!!
원래는 청옥산을 돌아 학등으로 하산 할 생각이었지만 작업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어서
곧장 두타산성쪽으로 바로 하산 하기로 했다.
일행들은 댓재로 올라왔기때문에 댓재로 나는 무릉계곡으로 각자 앞으로~!!
갑자기 안개가 몰려오며 바람이 차진다.
내려오는 길이 모래자갈로 미끄럽다.
조심조심 내려온다고 해도 자꾸만 미끄러진다.
5시 30분 하산 완료!!
단풍구경도 잘하고, 두타샘 복원 공사도 참여하고
오늘은 몇마리의 토끼를 잡았는지 모르겠다.
아직 몇번의 작업을 더해야 완공이 되겠지만
그 샘물이 산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길이 길이 꼭 필요한 한방울의 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