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기린을 기르면서.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자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어떤 꽃이든 할 거 없이 피어날 때의 아름다움이야 말할 수 없지만
다음 생을 위해 자신의 몸을 짓이겨,
질 때는 너무나 슬프게 진다.
젊은 여성을 꽃에 비유하고
꽃이 질 때의 허무를 우리네 인생의 늙음을 말하는 이유가 그런 의미이지 싶다.
내가 특별히
지는 때를 서러워하는 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백목련꽃이다.
잎을 피우기 전에 먼저 꽃을 피우는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는 누구나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목련이 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누렇게 색이 바래어 지면서 결국은 시커멓게 썩어가는 것을.
다음 생을 위해 이생을 마감한다지만 내세가 있는지조차도 모르는데...
우리집에 화분중에 "꽃기린"이라는 놈이 있다.
겉모습은 선인장처럼 가시가 있고 위로 옆으로 쭉쭉 대나무처럼 뻗어 나간다.
그런데 이꽃은 사시사철 꽃이 피는데
꽃이 너무나 단아하고 또 새로운 꽃이 피기전에는 절대로
먼저 핀 꽃이 지지 않는 신기한 놈이다.
떨어진 꽃조차도 그 모양이나 생김이 절대로 뭉그러지지 않고
꽃대궁이 까지도 그대로 건조가 된다.
마른 꽃까지도 그 자태가 그대로 살아있으니 가히 꽃중의 꽃이라 하겠다.
우리가 드라이플라워를 하는 꽃중에 장미란 놈이 있지만
이놈은 사람의 손으로 시들기 전에 잘라 말려줘야만 형태가 보존되지
혼자서는 하지 못하는 꽃이다.
꽃기린이 수없이 많은 꽃을 피워내고 지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정이가고 부러워졌다.
오늘은 꽃기린의 삶이
하잘 것 없는 작은 일 하나에 목숨을 매며
싸우고 쥐어뜯는 내 모습에 비해 너무나 위대해 보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