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고 있긴한가 보다
주말에 추위가 몰려온단다는 예보가 있었다.
최근들어는 주말만 되면 기상예보가 특이사항을 기록한다.
버스에서 원래 잠을 잘 못자는 나는 여전히 잠이 부족하다.
05시 35분!! 지난산행의 날머리였던 삼도봉터널 앞 부항령 정자각 앞이다.
쌀쌀한 새벽공기탓에 덧옷을 입고 출발하고픈 맘도 간절하지만 나는 곧 닥쳐올 위기를 알기에
얇은 조끼하나 걸치고 그냥 출발한다. (05시 40분 출발)
조망바위에서 뒤돌아 보니 벌써 꽤나 많이 왔다.
상고대가 맺혔는지 아니면 눈이 나렸는지 모를 눈밭이 이어진다.
때맞춰 카메라는 말썽을 부리고
결국 나는 다른 사람의 카메라를 뺏어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사진기를 빌려주신 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해가 떠오르고 있다.
운해에서 떠오르는 일출 처럼 멋있지는 않지만,
또 매일 매일 떠오르는 해이지만 산에서 맞는 일출은 언제나 설레이고 다르게 느껴진다.
6시 57분 1170봉
서리가 내린 안부에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앞으로 가야할 길과 걸어 온 길을 되돌아 본다.
대간을 탈 때의 즐거움은 지나온 마루금을 되돌아 볼 때가 아닐까 싶다.
안부를 지나 내리막을 조금 내려가니 억새밭이다..
햇빛 머금은 억새가 너무 이뻐 지나는 사람모두 탄성이다.
기분 좋은 목장길이다.
낙엽밟는 소리가 어쩜 이리도 바스락 거릴까.
얼마나 낙엽을 밟으며 미끄러지며 달렸을까
드디어 삼도봉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스틱이 나무계단에 낀줄도 모르고 바삐 걸음을 옮기다
그만 앞으로 취침자세를 취하고야 말았다.
아픈 건 둘째치고 창피한 마음에 후딱 일어나 보지만 이미 우사는 다 떨었다. ㅋㅋ
10시 15분 삼도봉(1176m)에 도착
삼도 화합탑이라고 하여 거북이 세마리가 각각의 도명을 새긴 비석을 지탱하고 있었다.
경북, 충북, 전북의 삼도가 만나는 지점이다.
이른 출발로 다들 배가 고팠는지 그곳에서 점심 식사를 나눈다.
선두팀에 끼어 출발을 해본다.
삼마골재 밀목재를 지나 힘차게 힘차게 전진 해 본다.
해는 중천에 떠올라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번 코스는 힘든게 거의 없는 능선길이라 속도가 붙는다.
1172봉 조망이 좋다.
이번 코스중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이다.
경사 급한 암릉을 로프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구간이다.
어설프게 스틱을 한손에 잡고 낙하한다.
이제 돌아 올라가면 이번 코스의 마지막인 화주봉(석교산)이다.
14시 11분 화주봉(석교산, 1195m)
기념 사진 한장 찍고 하산을 시작한다.
앞으로 남은 구간은 모두 내리막길.
시들어가는 구절초가 자꾸만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얼마큼을 내려갔을까 제대로 용담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용담을 만났다.
이제 이 계절이 지나고 나면 내년 4월은 되어야 꽃구경을 할 수 있을텐데..
아쉬운 마음에 셔터를 눌러본다.
하얀 순백의 구절초도 나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렇게 꽃과 함께 하는 나의 산행은 늘 행복하다.
함께 걸음을 걸어 줄 이가 있어 더더욱 행복하다.
이 행복이 언제까지나 함께 하기를...
드디어 우두령에 도착했다. (15시 30분)
산행구간 : 부항령- 백수리산- 1170봉 - 삼도봉 - 밀목재 - 1172봉 - 화주봉 - 우두령
산행거리 : 18.7 km
산행시간 : 9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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